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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3
김형경 지음 / 푸른숲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치유적 독서지도를 배우면서 가장 가슴에 와닿는 얘기는, '자기와 같은 어려움을 갖고 있는 사람에 대한 얘기(책)는 독자를 편안하게 하며,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그 책은 허구여도 상관없지만, 이 책과 같이 자전적 소설이라면 그 효과는 더 클 것이다.
작가의 30대 중반까지의 삶의 이력을 풀어내고 있는 이 책은 3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1권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대학 입학까지, 2권은 대학 졸업까지, 3권은 36세까지 '그 여자'가 걸어온 길에 대해서 쓰고 있다. 자신의 성장과정을 낱낱이 밝혀 적고 있으며, 등장인물의 이름을 제외하고는 전부 사실이다. 부모의 불화 때문에 12살부터 부모와 떨어져 살아야 했고 그 후로는 어떤 명절, 기념일에도 가족이 모여본 적이 없다는 외로움 , 대학입학 후 짝사랑하는 학생이 생겼는데, '그 남자'에게 성폭행을 당하면서 그 마음을 접어야 했던 괴로움, 더 싼 자취집을 찾아 전전해야 했던 가난, 그리고 27세까지 '그 남자'의 일방적인 사랑에 휘둘리며 지냈던 세월에 대한 회한을 적고 있다.
책을 읽는 내내 고개를 끄덕였다.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의지와 아무 상관없이 어려움을 겪었던 사람이라면, 그래서 '이런 어려움은 참고 견뎌내야 한다'고 생각하며 산 사람이라면, 작가의 마음을, 그 세월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이라고 생각하며 자신을 휘두르는 한 사람에게 저항하지 못하고 그저 참기만 했던 그 여자를 이해할 수 있다. 나만 힘든 시기를 거친 게 아니구나, 나보다 더한 아픔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내 아픔이 조금 치유되는 것 같다. 내가 겪었던 어려움들, 그것에서 파생된 묻어놓은 아픔들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한다.
치부라고 할 수도 있는 얼룩진 자신의 과거를 이렇게 솔직하게 내놓은 작가의 용기에 놀랐다. "네 얘기를 쓰지 않으면 앞으로 소설을 세 편 이상 쓰지 못할 거야."라는 친구의 말에 책을 쓸 생각을 했다고 하니, 이 책을 쓴 후 받게 될 세간의 관심보다 소설을 쓰지 못하게 되는 것이 더 두려웠던 것이라고 추측해볼 수 있다. 작가가 글을 쓰려는 사람에게 "왜 글을 쓰려고 그래요, 힘들게."라는 말을 했다는데, 정말 힘들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만이 삶의 희망인 사람들이 써야 되는 거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부모의 불화나 성폭행, 또는 가난 때문에 힘들었고 지금도 그것 때문에 아픈 사람들에게 이 책을 읽길 권한다. 자신의 아픈 부분이 많이 치유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작가의 길을 걷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추천한다. 얼마나 절실하게 원해야 갈 수 있는 길인지를 처음부터 알고 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