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과 스님, 삶을 말하다
도법.김용택 지음, 이창수 사진, 정용선 정리 / 메디치미디어 / 2009년 10월
품절


그래서 든 생각이, 우리는 참선이나 깨달음에 대한 어떤 환상을 지니고 있는지도 모르겠구나 하는 것이었어요.-81쪽

자세히 보게 되면,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고, 이해가 되면, 그것과 나 사이에 관계가 맺어져요. 그리고 관계가 성립하면서부터 생각이 일어나죠. 우리가 사는 세상은 모두 생각으로 만들어졌죠. 지금 이 순간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다음 순간이 결정되잖아요. 나도 사회도 나라도 민족도 인류도 다 그래요. 생각이 많아지면 그것을 논리적으로 정리하게 되는데, 삶을 논리적으로 정리한 것이 바로 철학이에요. 철학적 사유와 생활 태도를 가지게 하는 것이 곧 교육을 핵심이고요. 철학적 논리를 가지게 되면 신념을 가지게 돼요. 신념이란 인류가 걸어왔던 삶을 믿는 것,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을 믿는 것, 인류가 살아나가야 할 내일을 믿는 거예요. 이런 신념을 가진 사람을 우리는 지성인이라고 하죠. 지성인은 현실을 종합적으로 분석, 비판하고 미래를 나고간적으로 열어나갈 길을 찾고자 노력하는 사람이잖아요. 우리 인류는 늘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 위해 몸부림쳐왔고, 그것이 곧 역사를 만들어온 힘이라 할 수 있어요. 신념을 가진 사람들은 진리와 진실을 찾아가고, 진리와 진실을 찾는 사람들은 새로운 세상을 창조해요. 새로운 세상은 감동을 주죠.-114쪽

언어를 가지고도 진리를 다룰 수 없고, 언어를 벗어나서도 진리를 다룰 수 없어요. 달리 말하면, 언어를 가지고도 진리를 다룰 수 있고, 언어를 떠나서도 진리를 다룰 수 있죠. 구름을 걷어내야 청천하늘이 보인다고 말하는 것은 부정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다루는 것인 반면, 본래의 하늘이 나타나도록 하면 된다고 말하는 것은 긍정적 방식으로 처방하는 거예요. 하지만 어떻게 표현하더라도, 표현된 개념 그 자체는 실체가 아니라 모두 처방을 위한 방편으로 사용한 말들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모두 다 공(空)인 셈이죠. -163쪽

우리는 중생을 위하는 길이 아픈 사람을 간호하고 슬픈 사람을 위로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결국은 존재의 진실을 알고 받아들이게끔 하는 것이 더 큰 구제가 된다는 거예요. 일견 매정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인정에 이끌려 함께 슬퍼하고 위로하는 것이 근본적인 것이 아니에요. 연기, 무아, 공(空), 무상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인식을 갖추도록 해줌으로써, 아픔의 문제와 죽음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해요. -150쪽

'출가'의 의미와 '돌아온다'는 의미는 같아요. 떠나는 것이 미혹과 고통의 문제, 탐/진/치 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라면, 다시 돌아온다는 것은 부모형제, 이웃, 민족, 인류에게 미혹과 고통에서 근원적으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가르쳐주기 위함이니까요. 돌아오는 것은 역사와 사회에 대해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에요.-234쪽

문제가 없는 데서 순탄하게 사는 것은 위대한 것이 아니에요. 온갖 문제가 소용돌이치는 속에서도 그 소용돌이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이 깨닫은 진리의 정신에 합당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한 거죠.-245쪽

시인은 이 세상 모든 말에 관심을 가지고, 그것을 종합하는 사림이에요. 자세히 보면 무엇인지 알게 되고, 무엇인지 알면 의미가 생기고, 의미가 생기면 관계가 맺어지고, 관계가 맺어지면 생각이 일어나요. 생각이 일어나면, 그 생각을 논리적으로 정리하면서 이 세상의 모든 것이 그 안으로 들어오게 되고요. 자기가 살아온 삶을 논리적으로 정리하면서 철학적 삶과 태도가 생기고, 그럼으로써 신념이 생겨요. 이 신념은 이데올로기적인 신념이 아니라 이 세상에 대한 신념, 즉 세상에 대한 믿음이죠.-2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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