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발칵 뒤집는 발칙한 상상

역사란 한편의 끝나지 않은 긴 이야기이다. 얘기되지 못한 사건들과 여담들,실현되지 않은 무한한

가능성들이 여러 갈래로 끝없이 뻗어나 가는 미로 같은 이야기다.

역사의 미로 속에서 도무지 만날 일이 없어 보이는 두 제국을 잇는 샛길을 찾아낸 이야기가 있다.

여느 문명보다 찬란하게 꽃피웠으나 몇 안되는 정복자들 손에 그들이 옮긴 낯선 병에 어이없게 몰락해버린

신대륙의 아즈택 제국과 대서양을 건너고 사막을 지나고 다시 지중해를 건너야 닿을 수 있는 구대륙의 오스만 제국을 만나게 한

이야기이다.



 


이 책의 도입부에서는 불가사의 한 수수께끼를 하나 던져놓고 숨 돌릴 틈 없이 빠르게 전개된다.

역사적 사실들에 근거를 둔 역사소설이면서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추리소설처럼  독자의 궁금증을 마지막까지

움켜쥐고 놓아주지 않는다. 그리고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 강단 이스탄불의 그랜드 바자르 시장 골목 술탄의 하렘

궁 술레마니에 모스크 콜럼버스 시절의 테노치티틀란 등 과거와 현재의 시공간을 종횡무진 넘나든다.

한편에서 21세기를 사는 두 인물 보르헤스 교수와 하칸 교수가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부에노스아이레스와 이스탄불을

배경으로 탐색을 이어가고 다른 한편에선 16세기 이스탄불의 하렘에서 록 셀라나가 술탄 술레이만의 마음을 정복하기 위해

미묘한 심리 싸움을 펼친다.

미로의 출구를 찾게 될지 알지 못한 채 이야기를 좇다보면 수수께끼가 풀리고 놀라운 결말이 펼쳐진다.

기발한 상상과 역사적 사실을 교묘하게 엮어낸 독창적인 플롯이 돋보이며 가벼우면서도 밀도 높고 유쾌하면서 신랄한

문체도 단연 빛난다. 공식적인 역사를 발칵 뒤집는 발칙한 상상은 신대륙을 무참하게 유린한 오만과 탐욕의 역사에 대한 일종의

복수처럼 읽힌다. 또한 노예처럼 팔려 다니다 정복자 코르테스의 통역이자 애인이 되어 아즈텍 제국의 배신자로

간주되는 말린체와 술탄의 하렘에 끌려와 명민하게 자유와 권력을 쟁취해내는 록셀라나를 새로운

시각으로 이야기의 중심에 배치한 것은 짓밟히고 유린당한 모든 약자들의 통괘한 설욕으로도 익힌다.

이 책은 작가의 놀라운 상상력과 해박한 지식이 돋보이는 작품이자 세련되고 매력적이면서 유쾌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도 접해보지 않은 책이라서 처음에는 어렵게 느껴졌는데 읽을수록 그 재미에 빠질수 있었던 책인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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