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구
박재희 지음 / 책나무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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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가얏고의 작가 박재희님의 소설집 양구

오래전 초등학교때 춤추는 가얏고라는 드라마를 봤던게 기억에 남는다..

주인공이 오연수 였던가...책으로는 읽지 못했지만 드라마상으로 봤던

오연수의 춤과 가야금이 얼핏 떠오른다.

나의 삶의 정신적 지주이신 나의 어머니 유여사께서는

보살이셨다. 속된 말로 무당..그래서 나의 어린시절은

참 많이도 놀림을 받았던것 같다 그래도 나는 부끄럽지 않았다

초파일이면 등을 달고 초하루,보름 기도를 올리며

남을 위해 빌어주는 일 오천원도 받고 만원도 받으셨다

엄마는 그 일을 너무도 싫어하셨다...나에게 조금이라도 영향을 끼칠까봐

마음 아파하시고 밤마다 우시는걸 본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그런 엄마의 꿈은 판소리를 하고 싶어하셨다. 춤 추는게 좋다고 하셨다

고향 강원도 추운 겨울 하얀 눈밭을 거닐던 고귀한 학처럼..

엄마는 가야금을 연주하고 싶어 하셨다 다시 태어난다면...

내가 고등학교 올라가기전에 돌아가셨지만 엄마의 한은 이 책에

왠지 녹아들여져 있는것만 같다

8개의 짧은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는 이 책은 제목인 양구를 포함하여

선물, 학춤,꽃대궐, 양구,초파일,섬 속의 섬,흥타령,과도한 스타일로

이뤄져 있는데 내가 가장 좋아했던 이야기는 학춤이었다.

아내의 진통을 잊게 하기 위해 여러시간 동안 아내 앞에서 학춤을 췄던

이수방. 본인의 뒤를 이어 춤과 소리의 대가  끊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아들에게 부단히도 연습을 시켰다. 기대에 못미치자 아내와 아들을 버리고

떠돌아 다니고 술집 여자와 살면서 아들과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진다

길길이 날뛰는 아들의 반대에도 불구 하고 며느리는 마음속의 보이지 않는

열정을 지닌 며느리와 공연준비중에 함께 살게 된다.

며느리의 열정을 알고 며느리의 아들이 가까스로 눌러놓았던 그 무대에 대한

그 어떤것들을 마음속에서 꺼내준 시아버지. 공연중 갑자기 쓰러지는 바람에

학무복을 며느리가 대신 입고 무대 위에 나선다.

하이라이트 구름다리 앞에서 그녀는

 

"여러분, 저는 진짜 학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원하는 이수방 선생님은 지금 분장실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습니다

스스로 학무의 제물이 되려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한 마리의 거대한 백학이 되었다.

 

그 순간 내 마음이 자유로워 졌던 이유는 뭘까?
나에게 어머니란 죽을 때 까지 안고가야할 상처일 것이다
학춤을 추고 싶어 했던 나의 어머니.그 쌓였던 수많은 상처의 일부분도
제대로 위로해 주지 못했다.
나는 양구라는 책안에 8가지 이야기에서 어머니 또는 여자의 삶을 생각하고
느끼며 아파 했다.
참으로 오랜만에 정말 좋은 우리 소설을 만난 것 같다.
너무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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