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하양 걷는사람 시인선 101
안현미 지음 / 걷는사람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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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고받는다 받기 위해 준다 주기 위해 받는다 그것밖에 없다 그것밖에 없어서 즐겁다 사랑하고 사랑받는다 사랑받기 위해 사랑한다 사랑하기 위해 사랑받는다 헛소리 같지만 그것밖에 없다 튀어 오르고 튕겨 나간 건 끝까지 갔다가 돌아오지 않는 공 같은 것 (...)


―안현미, 「탁구」(『미래의 하양 』, 걷는사람, 2024) 中에서


✏  하얀 탁구공이 가득한 표지를 열어 시집을 펼치면 시인의 말에도 탁구, 첫 시에도 탁구, 마지막 시에도 탁구가 있다.  탁구. 어떻게든 상대를 속여야 이기는 경기. 이기려면 라켓을 이리저리 돌려 공을 휘게 하고, 상대가 받지 못하도록 공을 탁구대 구석으로 보내야 하는데. 공을 날카롭게 찔러 넣을 때, 상대를 속일 때, 상대 속을 간파하고자 머리를 이리저리 굴릴 때, 알게 모르게 점점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주고받는다 받기 위해 준다 주기 위해 받는다' 깔끔한 랠리같은 이 말이 좋다. 단순하고 정직하다. 하양이다 하양. 어쩌다 '튀어 오르고 튕겨 나간' 공도 '끝까지 갔다가 돌아 오지 않는' 거라며 너그럽게 봐 주는 듯한 여유로운 마음도 좋고. 누군가와 말을, 마음을 주고 받을 때 잡생각 않고 곧이곧대로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지레짐작하며 오해하는 일은 몹시 피곤.




(...) 주고받는다 받기 위해 준다 주기 위해 받는다 그것밖에 없다 그것밖에 없어서 즐겁다 사랑하고 사랑받는다 사랑받기 위해 사랑한다 사랑하기 위해 사랑받는다 헛소리 같지만 그것밖에 없다 튀어 오르고 튕겨 나간 건 끝까지 갔다가 돌아오지 않는 공 같은 것 (...)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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