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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부류의 마지막 존재
시그리드 누네즈 지음, 민승남 옮김 / 엘리 / 2021년 1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968년 대학교 기숙사 룸메이트로 서로를 처음 만난 두 사람. 화자이자 주인공 조젯은 빈민가의 육남매 중 장녀로 태어나 엄마에게 저주와 같은 말을 듣고서도 명석한 두뇌로 명문대 영문과에 진학한다.
또다른 인물 앤은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넘치는 사랑을 받지만 도덕적 결벽증 때문에 흑인을 착취하여 쌓은 집안과 상류층 부모를 부끄러워 하며 흑인 인권을 비롯한 사회운동에 온 관심을 쏟는다.
두 사람이 룸메이트가 된 것도 앤이 자신의 룸메이트는 특권층이 아닌 세계에서 온 학생이기를 원해서였다. 앤은 내심 조젯이 흑인 룸메이트가 아닌 것을 아쉬워 한다.
1968년 미국, 뉴욕을 중심으로 사회운동에 모든 것을 바친 앤과 어지러운 뉴욕의 사회에 휩쓸리는 조젯, 폭력적인 엄마를 벗어나 히피의 삶에 뛰어든 솔랜지까지.
이 책은 각자 혼란의 시대를 대변하는 ‘그 부류의 마지막 존재’들을 조젯의 회상을 통해 전기적 형식으로 엮어낸 시그리트 누네즈의 초기 장편소설이다.
많은 분들이 그러하듯 <은중과 상연>처럼 두 여성의 청년기와 중년기를 다룬 지지고 볶는 소설일거라고 생각하고 펼쳤는데 1부부터 심연이었고 다 읽고나니 솔직히 둘 사이에 우정이 있었나 싶다. 조젯은 몰라도 앤은 누구와도 우정을 나눌 수 없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엘리 #엘리북클럽 🙏스포주의🙏
솔직히 말하면 책을 읽는 내내 조젯에게 너무 마음이 가서 앤이 하는 행동 모두가 좀 버거웠는데 나뿐만 아니라 극중 인물들도 콰메를 제외하고 모두 앤을 힘들어하는게 너무 웃겼고… 드디어 앤과 연락하지 않게 된 조젯을 응원했는데 이 예민한 멘헤라 친구가 살인을 저질러 신문 1면에 날 줄이야😇
대학을 떠난 두 사람은 조젯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멀어졌고 서로의 삶을 사나 했더니 이번엔 앤이 경찰 살해범이 되어 신문 1면으로 데뷔한다. 앤이 자신의 삼촌뻘 흑인 연인에게 총구를 겨눈 백인 경찰을 죽이고 만 것이다.
이 일로 앤의 어머니는 지병이 악화되어 죽게되고 혼자 남은 앤의 아버지 터너를 조젯이 우연히 만나 그의 집에서 이틀을 보내고 연인 관계가 된…다…🤦♀️
터너는 앤이 직접 이야기하지 않은 성장배경을 설명하기 위해 등장한 이야기꾼이자 아버지가 없는 가정에서 자란 조젯의 결여감을 채워주는 연인의 역할을 하는데 동양 유교걸인 나는 전두엽이 살살 녹는 기분이었고… 너무 있을 법한 관계라 오히려 이야기가 플랫하게 느껴졌다. 앤도 나이많은 남자를 사귄거 보면 작가는 둘의 공통점을 이렇게 설명하고 싶었던걸까...
(조젯과 터너는 앤의 어머니와 함께하던 데이트 코스를 반복하다 결혼 직전까지 가지만 터너가 잠수를 타고 다른 여자와 재혼한다🤦♀️ 조젯은 터너가 죽은 뒤 한참 뒤에서야 소식을 듣는다)
이 일 이전에도 조젯의 여러 불행들(대학생 때 당한 특수강간 사건이나 직장 상사의 남편에게 당한 성추행, 이로 인해 멀어진 직장 상사 등)을 읽을 때쯤 코넬대 사건이 공론화 되어 반세기 전이 배경인 소설이 너무 동시대성이 강해서 적잖이 괴롭기도 했다.
책을 읽고 기사를 찾아보니 법률신문에 김영란 전 대법관의 리뷰 기사가 있더라. 이 책은 작가의 초기작으로 “감정을 배제한 패치워크”식으로 쓰였고 ‘룸 넥스트 도어’의 원작으로 유명한 <어떻게 지내요>는 (아마도) 수전 손택의 영향을 받아 상대적으로 에세이 스타일에 가깝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같은 기사에서 작가의 집필 동기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작가 본인도 종잡을 수 없었던 전후 뉴욕의 이 시기를 기록하고 싶었다고 한다.
이 책의 마지막은 <위대한 개츠비>에 대해 자신의 딸과 토론하는 조젯이 앤을 개츠비와 비슷한 격동의 시기에 교도소에서마저 이름을 날렸지만 쓸쓸히 끝을 맺은 인물로 그려내며 끝낸다. 본인은 마치 주인공의 얼마 없는 지인이자 개츠비의 화자인 닉 캐러웨이가 된 것처럼…
솔랜지 이모가 타주는 모닝 LSD 오렌지 주스를 마시며 안락한 전기의자에 앉아 말초신경이 타는 도파민을 즐기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다.
#그부류의마지막존재 #시그리트누네즈 #민승남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