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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 - 나는 세상과 소통하고 싶다
한한 지음, 김미숙 옮김 / 생각의나무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1988을 타고 길을 떠났다. 그 길에서 잠시 눈이나 붙여보자고 들렀던 곳에서 인생은 전혀 예상치 못한 길로 들어섰다.
1988 제목을 보았을 때, 큰 사건이 일어난 해일까. .? 아님 무슨 수치를 가리키는 것일까? 하고만 생각하던 내 예상은 아예 빗나갔다.
1988년에 만들어진 차, 하지만 그것도 알 수 없는 차,를 타고 주인공은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친구가 누구이며 무슨 일로 어디에 있는 친구를 만나러 가는 지도 알 수가 없다. 무작정 오른 길에서 그의 인생은 여느 때처럼 예상치 못한 판국으로 치닫는다.
길, 자동차, 사람, 만남, 이별... 이야기. 주인공의 말처럼, 지은이의 말처럼 젊은 시절 아니면 어린 시절 낭만적으로 상상해보던 소재들이 이상한 얘기로 주인공의 인생에 다가왔다. 주인공은 단지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는데, 그 길에서 평소 외면하고 살았던 심각하게 생각하거나 부딪혀보지 않았던 것들과 마주하게 된다. 자신과는 상관없이 느껴지던 세상의 이해되지 않던 것들, 기자라는 직업상 아무렇지 않게 다루었던 사회 문제들,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이 그런 것들이다.
그의 어린 시절, 그가 평소 존경해 마지않던 띵띵형의 죽음은 그의 세상 바람봄을 냉담하고 무력하게 만들었다. 그는 점점 더 세상에 깊은 생각하지 않고, 저항하지 않으며 살게 되었고 그런 그가 기자가 된 것은 당연한 일일 지도 모르겠다. 어릴적 아이의 눈으로 보아도 조금의 권력이 있고 힘이 있는 자가 그보다 못한 계급을 착취하고 괴롭히는 일은 일상으로 나타났다. 그 속에서 그나마 세상의 백과사전과 같은 띵띵형의 부재와 이유조차 알 수 없는 죽음은 주인공에게 희망의 싹을 잘라버린 격이다.
친구도 마찬가지였다. 그 속에서도 나타나는 세상 돌아가는 이치는 어김이 없었다. 생각은 많고 무엇이 옳고 그른지 알고 있지만 결코 저항하거나 뿌리치지 못함이 나에게도 있었으니 그의 어린시절이 애처롭게 느껴졌다.
그리고 사랑. 첫사랑도 그 느낌은 강렬했으나 자신의 느낌과 생각, 수만번의 상상과는 달리 무참히 시작되고 그 끝도 흐지부지했다. 누구나 비슷한 사랑의 경험이 있을 것이고 그 사랑이 애절하지 못해 오히려 가슴이 아팠다. 그리고 또다시시작된 사랑도 그리 만만하지 않았으니, 그렇게 주인공의 인생으로 들여다보는 젊은이의 사랑과 인생이 원래 인생이나 사랑이 그런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길에서 만난 생각치도 않았던 나나와의 만남. 그녀는 원래 주인공의 인생에는 없는, 인생에 들어올리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와의 몇일 안되는 여행속에 그녀는 끝없이, 주저리 자신의 애기를 쏟아내고.. 결국 그것은 그에게 남긴 유언이 되었다.
결코 인생에서 만나지 않은 사람과의 만남은, 그렇게 별다른 이상한 일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있을 법하고 누구나 한번쯤 관계를 맺고 지나쳤던 사람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어렵고 깊은 자신의 인생과 젊음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작가는 어쩌면 여타 다른 작가들이 보여주는 무거움이 없다. 그의 글은 문장이 짧아서도 그렇지만 어려움이 없이 술술 읽힌다. 그의 시원하고도 소소한, 섬세한 말투가 정말 깔끔해서 그의 글을 결코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 원래 중국어 원어로 읽는다면 어떨지 잘 모르겠지만 읽는 내내 글에 빠져있을수 있어 정말 오랜만에 즐겁게 소설을 읽었다.
헤밍웨이를 만났던 생각도 나고, 노르웨이까지 가서 우물을 들여다봐야 젊음의 자신과 마주할 수 있었던 하루키와도 닮아있는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근사하게 혹은 어렵고 무겁게 이끌어가지 않는다. 지금 중국에서 길을 달리다보면 마주칠 간판과 길, 사람이 그의 글을 좀 더 다가가기 쉽게 해주었던 것 같다.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내 젊음이, 내 인생이 다시 보였으며 살아있음을 느낄수 있어 좋았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