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혼돈
산드로 베로네시 지음, 천지은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10월
품절


어쩌면 고통이란 불운한 사람에게만 찾아오며 온갖 고통이 앞으로도 계속 내 삶을 뒤집어 놓는 데 재미를 붙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는 예상치 못했던 일이 갑자기 일어나는 상상을 하기 좋아하는 잔인한 습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그보다 몇 배 더 안 좋은 습관은 당사자가 얼마나 괴로워하고 있는지, 얼마만큼 절망적인 상태인지 따위는 파악도 하지 않은 채 적절치 않은 충고를 한다는 것이다. 또 거꾸로 이 악습은 누군가가 견딜 수 없는 고통 속에 빠졌다고 쉽게 단정 지어 버리는 실수를 야기하기도 한다. 정작 당사자는 견디지 못할 정도로 절망적이지 않거나 그 고통이 정말 별 게 아닐 수도 있는데 말이다.-33쪽

무슨 말이든, 어떤 헛소리든 죽기 직전에 들으면 예언처럼 들리는 법이다. 세월은 한 방향으로만 흐른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뒤로 되돌아가는 것처럼 보인다면 그건 그저 길을 잃은 것뿐이다. 시간은 팰린드롬이 아니다. 뒤에서부터 시작해 거슬러 올라오면 완전히 다른 뜻이 되어 버린다.
-1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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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1-11-02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첫 번째 문단 대공감!

Kir 2011-11-03 02:15   좋아요 0 | URL
그 부분을 읽으면서 '이건 배려가 아니라 일종의 폭력 행사인데, 그렇다고 솔직하게 표현하면 나쁜 사람이 되겠지' 싶었어요.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나도 무의식중에 많이 그러겠지 반성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