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고통이란 불운한 사람에게만 찾아오며 온갖 고통이 앞으로도 계속 내 삶을 뒤집어 놓는 데 재미를 붙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는 예상치 못했던 일이 갑자기 일어나는 상상을 하기 좋아하는 잔인한 습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그보다 몇 배 더 안 좋은 습관은 당사자가 얼마나 괴로워하고 있는지, 얼마만큼 절망적인 상태인지 따위는 파악도 하지 않은 채 적절치 않은 충고를 한다는 것이다. 또 거꾸로 이 악습은 누군가가 견딜 수 없는 고통 속에 빠졌다고 쉽게 단정 지어 버리는 실수를 야기하기도 한다. 정작 당사자는 견디지 못할 정도로 절망적이지 않거나 그 고통이 정말 별 게 아닐 수도 있는데 말이다.-3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