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처럼 사랑을 요리하다 - 식탁 위에 차려진 맛있는 영화 이야기
송정림 지음, 전지영 그림 / 예담 / 2003년 11월
평점 :
절판


 좀처럼 읽지 않는 분야의 책인데, 마구잡이 웹서핑 중 어떤 블로그에서 목차를 보고 읽어봐야겠구나 했다. 같은 걸 접하고도 받아들이기는 사람마다 제 각각인지라 이런 식으로 구입하는 건 위험하지만 좋아하는 영화들의 제목이 꽤나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 책이든, 음악이든, 영화든... 대체로 '남들이 뭐라 해도 내가 좋으면 그만'하면서 살지만 그래도 가끔은, 우연치 않게 나와 주파수가 맞는 사람을 만났을 때의 기쁨을 느끼고 싶기 때문일까. 고맙게도 중고샵에 있었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구입할 수 있었다. 페이지수를 보지 않아서 막연히 얇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외의 두께였다. 물론 책의 특성상(?) 빵빵하고 알찬 편집과는 거리가 있기 마련이지만 그래도 준수한 편이니 내용도 괜찮으려나? 페이지수가 예상 외였던 것처럼 내용도 썩 괜찮았다, 제 값을 다 주고 샀으면 또 어땠을지 모르지만, 중고샵 가격으로 구매해서 이정도면 확실히 남는 장사.  

 총 29개의 영화를 다루면서 간단한 줄거리와 영화에 등장한 음식에 대해서 소개해놓은 이 책이, (만든 이들을 생각하면 너무도 미안한 표현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남는 게 없다 싶은 책일지도 모른다. 등장하는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독이 될(지도 모를) 미리니름, 작가 자신도 대단치 않다고 한 (영화에 등장한 음식의) 레시피, 그리고 취향을 탈 수 있는 영화 이미지 일러스트. 딱히 기발할 것도, 특별한 것도 없는 구성이니. 이런 책이 나오기 시작한 초반이라면 또 모를까, 흥미를 끌만한 요소는 솔직히 별로 없다.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영화들이, 그리고 음식들이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것이라면? 아무리 하잘 것 없는 것이라도 나와 관련된 순간부터 유일무이하게 되기 마련인데, 인연이 있고 게다가 좋아하는 것이라면 두말할 나위 없는 것이 당연지사. 새삼스럽지만 땡큐, 알라딘! 이다. 

 분명 반짝반짝~ 했었는데 어느새 가물가물, 잊지 말자! 다짐했는데 '그랬던가?' 하고 까맣게 잊어버린 순간, 맛, 사람... 기억처럼 단순하고 간사한 게 또 있을까 싶지만, 그렇기에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알아버린 어른이 되면서 뒤로 했던 시절들을 오랜만에 떠올렸다. 울다가 웃다가 혼자 제대로 쇼를 하면서, '나도 나이가 들었구나' 반가울 것 없는 사실도 되새기고. (읽는 데 시간이 걸릴만한 책이 아닌데, 잡생각들 때문에 찬찬히 읽다 보니 더 그렇게 된 것 같다) 더 많은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어서 책 속의 영화들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들려나... 지금보다 더 흐릿하게 바랜 기억들이 그 때도 스물스물 떠오를까. 갑자기 다시 보고 싶은 영화들이 많아져서 마음이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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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장미 2009-05-04 03:37   좋아요 0 | URL
앗..마지막 문단.. 너무 공감됩니다. ^^ 그러게요. 그 순간에는 그게 전부일 줄 알았는데, 지나고보면 하찮은 감정이였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 순간에는 하찮다고 여겨졌던 감정인데, 지나고나니 전부였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감정이 있는 것 같아요.
왜 예전에 아프지 않았던 일이 이제와서 아픈걸까.. 요즘 전 그런 생각도 들어요. 참 사람일이라는 게 시간의 흐름과 자신의 성장속도에 따라 수많은 해석이 가능한 것 같아요. 아마 과거의 그 시간속에 있는 내가 지금의 나였다면 잃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되는 감정이 있어요.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으니, 마음 아프지만, 운명이였다고 생각해요. ^^ 저 완전 늙은이같죠? ㅋㅋ 제가 남긴 댓글을 다시 읽어보니.. 그렇네요. 으흐

Kir 2009-05-04 20:17   좋아요 0 | URL
장미님 댓글에 마음이 참 편안해졌어요. 아프더라도 지나간 시간은 흘러가는대로 그렇게 떠나보내는 게 순리인데, 왜 가끔씩 쓸모없는 걸 알면서도 공연히 돌이켜 생각하면서 자학을 하는지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