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의 여행법 하루키의 여행법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마스무라 에이조 사진,김진욱 옮김 / 문학사상사 / 199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하루키의 오래된 글, '하루키의 여행법'을 읽고 있다. 이 책에 실린 여행기들은, 1991년부터 1995년 사이에 여행했거나 어떤 잡지책에 실린 글들이다. 

 

  하루키의 소설은 세 개 밖에 읽지 못했다.  상실의 시대(문학사상사), 1Q84,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이십대때 상실의 시대를 읽고, 하루키와의 기나긴 공백기간을 두고 작년, 서른 여덟살이 되던 해, 그제서야 1Q84를 읽었고, 올해 마흔을 앞두고 다자키 쓰쿠루를 읽었다. 왜 그렇게 기나긴 공백기간을 두었을까?  상실의 시대는 제목부터 마지막 페이지의 이야기까지 푹 빠져서 읽었던 책이었다. 그래서 그 때 이십대였던 나에게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이름은, 너무나도 대단하게 느껴졌고, 생소한 일본인과 일본문화에 대한 동경심을 가지게 만든 이름 중 하나이다.(이십대의 나에게 일본에 대한 동경심을 품게 해준 일본인은 세명이었는데, 나머지 두 사람은 오에 겐자부로와 미야자키 하야오였다)  내가 아는 어떤 후배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매니아가 되어, 그의 이런저런 다른 책들을 구입해 읽고 있었지만, 나는 선뜻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왠지 상실의 시대만큼 몰입해 읽을 수 없지 않을까란 두려움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무라카미 하루키'는 상실의 시대로 기억하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 세월이 흘러 상실의 시대의 내용들도 잊혀져 갈 무렵, 1Q84란 책이 히트를 치고 있었다. 주변의 책읽기를 즐기는 직장동료들이 도서관에서 그 책을 빌려 읽고 있을때만해도 나는 관심이 없었다.  그러던 중 작년 처가 근무하는 초등학교를 따라갔다가 할일이 없어, 초등학교 도서관의 작은 의자에 앉아 이책 저책 구경을 하던 중 1Q84 세권을 발견하고 바로 빌려왔다. 긴 긴 이야기지만, 밤에 일부 잠을 포기하고 읽게 만드는 흡입력이 있는 책이었다.  중간중간 경구와도 같은 메세지도 강렬했고, 인물들도 상당히 특이하면서도 매력적이었다.  우리집 거실에는 당시 읽었던 강렬한 경구 중 하나가 붓글씨로 걸려있다. "차가워도 차갑지않아도 신은 이 곳에 있다"

  그리고 지난주까지 도서관에서 빌린 스쿠루를 다 읽고, 알라딘에서 하루키의 책 두권을 더 샀다. 그 중 하나가 '하루키의 여행법'이다.

 

  초반부, 이스트햄프턴과 무임도 까마귀섬의 비밀까진 지루하고 집중하기도 어려워, 읽으면서 번역의 탓을 하기도 했지만, 3장 멕시코 대여행부터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질 정도로 재미가 있어 졌다. 지금은 4장 우동 맛여행(이건 사누키우동 이야기다)을 지나 5장 노몬한의 철의 묘지를 읽고 있다. 아마도 6장 아메리카 대륙을 가로질러와 7장 고베까지의 도보 여행도 재미가 있으리라 잔뜩 기대하고 있다.  그중 7장 고베까지의 도보 여행, 이건 진짜 솔깃한 제목이다. 스무살이 되던 해부터 지금껏 대한민국을 자전거로, 아니면 도보로 한바뀌 돌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다. 스무살 겨울, 서울에서 목포까지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한반도 삼분의 일 정도는 돈거 같고, 이후 제주도를 자전거로 두바퀴 돌았다.  아직 돌지 못한 남해안과 동해안, 그리고 강원도에서 서울까지의 길...  과연 이룰 수 있는 꿈일까 생각해 본다.  정말이지 여행을 사랑하고 즐기는 하루키의 글들이 사그라들고 있는 나의 작은 꿈에 하나의 불씨를 남기는 것이 아닌지 두려워진다. 그러면, 나도 어느날 갑자기 짐을 싸 들고 집을 나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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