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쇼 선생님께 보림문학선 3
비벌리 클리어리 지음, 이승민 그림, 선우미정 옮김 / 보림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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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쇼 선생님께> 비벌리 클리어리 지음 / 보림 펴냄

이 책을 저녁 식사 전인 여섯 시 즈음에 받았다. 금발의 사내아이가 노트에 코를 바짝 대고 무엇인가 열심히 쓰고 있는 모습에서 아, 이건 편지형식의 글임을 순간적으로 눈치 챘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 보다 두꺼운 책이었다. 

처음부터 헨쇼 선생님께 보낸 편지이야기가 나왔다. 이야기는 생각 외로 약간 지루했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가 이어진다면 결국  아마도 책을 덮고 저녁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일단 전체 내용이 무엇인지를 알기위해 속독을 해 보았다. 이야기는 헨쇼의 글쓰기가 일기로 발전하는 지점에서 다시 말해 이 글의 딱 중간은 아니지만 계산해보면 150쪽에서 절반을 조금 넘긴 81쪽에서부터 흥미로워진다. 이야기의 내용은 누구에게도 관심을 받지 못하는 평범한 ‘리’ 소년이 2학년 때부터 헨쇼 선생님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글쓰기의 능력을 차츰 키워 결국 6학년이 되어 학교 <어린이작품집>에 자신의 ‘아빠 트럭을 탄 날’을 써서 가작에 당선된 뒤로 조심스럽게 작가의 꿈을 키워가는 이야기이다.

책을 반쯤 읽었을까, 아이들이 배고프다고 아우성이었다. 읽다만 책을 식탁에 올려놓고 짧은 저녁 식사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은 도서관에서 빌려온 <나관중삼국지>를 읽고 난 다시 책을 펼쳐들었다. 삼국지의 재미와 비할 수 없지만 어쨌거나 나와 아이는 가을밤  모과나무 아래에서 들려오는 귀뚜라미 소리에 눈을 살짝 굴리면서 책을 읽어갔다.

<헨쇼 선생님께>를 다 읽고 간단하게나마 독후기를 써야지 생각하고 인터넷에 들어가 독자 리뷰를 찾아보았다. 한결같이 문학적 감동을 쏟아낸 리뷰들이었다. 주인공처럼 하게 되면 결국 글을 잘 쓰게 된다는 것과 아이의 성장을 밝고 건강하게 도와준다는 내용도 있었다. 그 이야기에 나도 전적으로 동감한다. 하지만 이 책은 그것으론 부족하다.

 

난 10 여 년 전에 미국에서 발표한 트럭운전수인 아버지와 아들이 편지를 주고받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그 때 내 기억엔 트럭운전수는 정말 여행을 좋아하는 나에게 딱 맞는 직업이란 생각에 잠깐 동경을 했었다. 끝없이 펼쳐지는 지평선 위에 홀로 먼지를 폴폴 흘리며 트럭을 몰아가는 상상을 할 때면, 세상엔 나 혼자이며, 도로를 가로질러 미국의 화가 잭슨플록처럼 광란의 질주를 하다 생이 다한다 해도 서운하지 않을 것 같은 아찔한 생각을 해 보았다. 

 

이 책이 흥미로운 것은 아이들이 모두 좋아하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아빠의 직업은 트럭 운전수, 헨쇼 선생님은 개를 재미있게 해 주는 방법을 알고, 리는 거대한 밀랍인형을 주인공으로 만들고, 어머니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도시락을 싸 주신다. 전학을 온 탓인지 늘 외톨이인 리에게 매번 맛있는 음식만 골라 훔쳐 먹는 일이 일어나고, 그 일로 인해 리가 발명해내는 경보장치는 결국 리를 외톨이에서 친구들 주위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어가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어쩜 이렇게 구성이 자연스러운지 내심 부럽다. 하지만 이야기가 그리 밝지만은 않다. 어린이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죽음보다 부모의 이혼이다. 작가는 이 문제를 간과하지 않았다. 아빠의 부재에서 오는 외로움과 경제적인 어려움에 부딪힌 어머니의 힘겨움은 리가 전부 다 이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작품에서 “오랜만에 본 아빠가 이상하게도 내 기억처럼 키가 크지 않았다.”에서처럼 리는 이제 아빠 엄마가 같이 살게 될 수 없더라도 예전처럼 힘들어 하지 않는다. 아마도 그에게는 ‘작가’라는 새로운  꿈이 생겼고, 앞으로 아빠 엄마보다 훨씬 커져 세상을 힘껏 껴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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