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양철북 / 2002년 7월
평점 :
절판


78년도는 내가 국민학교 4학년때이다. 3학년까지 내가 기억나는 선생님이란 고작 부잣집의 곱고 예쁜 여자아이를 선생님 책상으로 불러 이러저러한 심부름을 시키며 반 아이들로부터 우월감을 느끼게 하고 모범생의 모델로 세우려 한 선생님이 겨우 기억이 난다.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의 고다니 선생님과 아다치 선생님은 귀한 집에서 곱게 자란 여선생과 아이들의 반말에 끈끈하고 친근감을 느끼는 불량선생님이다.

 덕지덕지 때가 묻어있는 아이가 급식당번이 되었을 때 많은 선생님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고다니 선생님과 아다치 선생님은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는다. 싫으면 먹지 말라는 식의 다소 불량스런 태도의 아다치 선생님.

 아다치 선생님이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고다니 선생님은 노력하는 선생님이다. 파리를 키우며 불결한 생활을 하는 데쓰조에게 따뜻한 물로 더러움을 씻어주는 고다니 선생님은 우리에게 선생님은 그러해야 한다고 말하는게 아니라 선생님이 이럴수도 있나? 하는 충격을 준다.

70년 후반, 우리 학교는  꽁보리밥 한 켠에 고추장을 담아 가방에 넣어 오면 한쪽으로 기울어진 밥이 고추장에 그만 범벅이 되어 버리곤 했었다. 가난한 농사꾼의 아이들은 배꼬리가 커서 크게 한 술 뜬다. 무슨 반찬이었는지 미처 구경할 새가 없다. 그런 반찬에 신경쓰는 선생님은 내 기억엔 거의 없었다. 선생님은 자신의 책상에서, 아이들은 각자 자기 자리에서 소리없이 먹고 운동장으로 향한다. 게중에 오리를 키우는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부잣집 아이가 계란으로 요란을 떠는 사이에 커다란 오리알 두 개는 정말로 대단한 반찬이었다. 맛은 뭐랄까, 계란보다 두 배의 맛을 내었던 건 분명하였지.

아다치 선생님은 처리장 아이들에게 찾아갈 때 붕어빵을 들고 가셨다. 붕어빵하면 왠지 돈 없는 서민의 간식거리라고 생각하지만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붕어빵 만큼 즐거운 간식은 없다 생각하는 분이다. 과연 우리의 선생님들이 가정방문을 할 때 무엇을 손에 들고 갔던가?

우리 어머니들이 손수 쪄 놓은 감자며 고구마를 내 놓으신 기억밖에 없다. 때로는 와이셔츠를 선물하는 부잣집들도 있었겠지만 여하튼 선생님은 빈손이었다.

"바쿠 할아버지는 데쓰조가 파리를 기르는건 당연하다고 말한다. 산으로 데려가면 데쓰조는 곤충을 기를겁니다. 강으로 데려가면 물고기를 기르겠지요. 하지만 난 아무 데도 못데려 갑니다. 이 녀석은 쓰레기가 모이는 여기밖에 모르고, 여기는 구더기나 하루살이. 그리고 기껏해야 파리밖에 없는 뎁니다."

구더기가 들끓는 곳을 마다하지 않고 고다니 선생님은 데쓰조를 만나러 간다. 역겨운 냄새로 고통스러울 텐데 선생님은 잘도 견딘다.

내가 국민학교 5학년 때 이런 일이 있었다.

어느 날, 마지막 수업이 끝나고 청소를 하기 위해 책상을 모두 뒤로 밀었는데, 책상 아래 지렁이 같이 하얀 회충이 나왔다. 누구의 입에서 나왔는지. 아님 똥구멍에서 나왔는지 아이들은 쉬쉬~하였다. 별로 놀라는 기색도 아니고 누가 그 회충을 치울까 서서 지켜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선생님은 기겁을 하고 놀랐지만 게중에 용감하고 장난끼 어린 남자 아이들이 나섰다. 아이들은 거름에서 구더기와 온갖 회충을 보고 또 보고 하였던 것이다. 용감한 건 그 아이들이었다. 회충이 나와 버린 그 여자아이에겐 선생님보다 용감한 남자아이들이 훨씬 믿음직스러웠을 것이다.

과연 우리의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것일까?

내일은 스승의 날. 가난한 아이에게 용기를,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에게 위로를,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에게 격려를, 말썽꾸러기 아이들에게 친구가 되어 줄 수 있는지.....

그래도 아이들은 <나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라고 외친다.

그 꿈이 흔들리지 않도록 좋은 선생님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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