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각과 환상 - 의학자가 걷고, 맡고, 기록한 세상의 냄새들
한태희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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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에 찍은 해외여행 사진을 보았다. 풋풋해보이는 모습이 그저 이뻐보였고 또 언제 떠날 수 있을까 싶어 이국의 풍경이 더 눈에 아른거렸다.

그 곳의 관광지, 먹거리, 자연풍경을 담은 추억들을 보며 그때의 냄새를 기억하려 애써보았다.

후각과 환상 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 터라 내가 여행지에서 발견하고 경험했던 냄새는 무엇이었을지, 얼마나 기억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낯선 곳에서 마주한 갖가지 냄새로 기억되는 여행이라니... 너무나 매력적이다.


우리는 문득 스쳐 지나가는 이의 체취에서 잊힌 사랑을 떠올리거나 식당에서 흘러나오는 냄새 속에 오래전 여행을 추억하곤 한다.

- 후각과 환상 (한태희) -

역사 공부와 답사 여행을 즐기는 의학자인 저자는 후각을 앞세워 세계 곳곳을 걷고 여행하며 냄새를 기록했다. 지구촌 곳곳의 삶이 고유의 냄새들을 만들어 가는 풍경, 그 냄새들로 하여금 그 지역을 특징있게 하는 과정을 우리에게 전달해 준다.

그의 기록으로 세상의 냄새들을 상상해보는 경험은 새로웠다. 하지만 낯설지 않았다.

책을 읽는 내내 나의 후각도 그의 글을 따라다니며 케밥의 향신료 냄새를 맡았으며, 헌 책방이 모여 있는 골목에서 바닐라향을 썩은 듯한 우디향을 상상해 보았다.

그 달콤하고 진한 향내의 연원은 뜨거운 태양, 맹렬히 쏟아지는 폭우의 열정일까?

- 동남아시아 - Page.149

후각은 생물의 진화과정에서 가장 먼저 발달한 원시적인 기능이다. 하지만 인간이 시각과 청각에 주로 의지하게 되면서 후각의 기능은 퇴화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생명체의 발달과정에서 가장 오래된 뇌 부위와 연결되어 있다고 하니 어쩌면 후각이 뇌 깊숙이 무의식에 연결되어 갖가지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오랜 기간 여러 곳을 여행하며 많은 사진과 기록이 남았지만 가장 생생한 것은 여행지의 독특한 냄새와 그 냄새에 얽힌 감성적 기억이었다.

-후각과 환상 -

나에게 신선하게 다가온 후각과 환상.

이 책으로 하여금 잠시 쉬고 있었던 여행세포가 깨어나고 있다.

편한 운동화를 골라 신고서 후각을 앞세워 흔한 골목길이라도 걸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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