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 이야기
봉준호 지음 / 마음산책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한국영화를 말할 때 언제부터인가 '봉준호'라는 이름을 빼놓고 설명하기가 어려워졌다. 물론, 박찬욱같은 세계적인 거장을 소유한 우리들이지만 한국 최고의 흥행영화 '괴물'을 탄생시킨 봉준호라는 이름은 관객과 평단이 동시에 사모하는, 가히 한국영화의 보배와 같은 존재다. '괴물'의 흥행기록인 1,300만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한다.

 

  박찬욱 감독이 벌써 많은 책을 출간하셨고 김지운, 류승완 감독이 마음산책에서 책을 내셨길래 왜 봉준호 감독은 책을 내지 않을까 궁금했는데 작년 연말 책을 냈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구입했었다. 그런데 기대와는 달리 영화 <마더>의 시나리오와 감독이 직접 그렸다는 스토리보드(콘티)를 묶은 책이었다. 언젠가 이동진 기자가 쓴 <부메랑 인터뷰>에서 그에게 따라붙는 '봉테일'이란 별명에 대해 감독자신은 쪼잔해 보여 싫다고 했던 걸 읽은 적 있다. 그렇지만 책을 읽는 동안 번번히 들었던 생각은 역시나 봉준호 감독은 치밀하고 꼼꼼한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하는 감독임에는 틀림없다는 확신 같은 것이었다.

 

  <마더>가 개봉되었을 당시 영화의 내러티브를 두고 설왕설래가 많았다. 흥행도 그리 대박수준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한다. 우리가 흔히 신성하고 절대적인 것으로 묘사하고 있는 '모성'에 대해 감독이 던지는 메시지는 어둡고 비관적이었다. 그래서인지 거부감을 갖는 관객들이 많았고 그 개운치 않은 결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쩌면 봉준호 감독의 영화 전면에 흐르는 역사와 사회를 보는 비관적 시각이 '마더'에 와서 가장 강렬하게 폭발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영화 속 '엄마'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김혜자라는 대배우가 '너... 부모님은 계시니? .... 엄마 없어?'라는 대사를 하는데 그 말이 왜 그리 섬뜩하던지....(^^;;)

 

  이 책은 영화를 통해 이해하기 힘들었거나 다가가기 힘들었던 인물들의 심리나 상황에 한발짝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살인의 추억> 대본을 보고도 익히 느꼈던 바였지만 봉준호 감독의 시나리오는 마치 하나의 소설을 읽는 느낌이다. 간단한 지문이 상투적으로 나열된 타 시나리오보다는 훨씬 서사적이고 섬세하다. 그래서인지 고급스러운 느낌마저 든다. 스토리보드를 보는데 영화에서 봤던 장면과 너무나 흡사해 놀랐다. 이렇게 철두철미하니까 '봉테일'이란 별명이 붙었나 싶었다. 아무튼 영화를 좋아하고, 마더에 특별한 감흥을 받았던 독자라면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책의 서두에 감독은 이런 이야기를 쓰고 있다.

 

  "이 책은 시나리오나 스토리보드 그 자체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 미세한 차이와 틈새를 기억하고 싶은 욕구다. 의도와 결과 , 통제와 반항, 우연과 필연, 계산과 즉흥.... 그 모든 대립항들이 오묘하게 뒤섞여버린 수많은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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