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토록 평범하게 살 줄이야
서지은 지음 / 혜화동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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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왜 작가가 되고 싶은 것일까?

아니 그전에 왜 글을 쓰고 싶은 것일까?

글이라면 어떤 종류의 글을 쓰고 싶은 것일까?

그런 의문들을 그녀의 첫 책을 읽으며 어느 정도 알 수 있게 되었다.

여기서 샤를르 쥘리에라는 작가의 누더기라는 소설 중 한 부분을 인용해 본다.

- 당신의 시선은 탐색하고, 캐묻고, 헤아리고, 애무하고, 침투하고 포옹합니다.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알아내고자 하는 시선입니다. 당신의 진지한 시선이 사람들을 꺼리게 하고, 강한 인상을 심어놓습니다. 바로 그런 진지함이 당신 주위에 외로움의 도랑을 파놓는 주된 원인입니다. 당신이 날마다 조금씩 더 빠져드는 외로움 말입니다. -

그녀는 단체나 관계나 어딘가에 우선 소속되어 그 소속의 자신을 내어 맡기고 사는 성격이 못 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바라보고 한 사람, 한 사람을 바라보고 묻고 따지고 달려드는 그녀의 성격 또는 그녀의 태도는 늘 아무렇지 않은 태도의 세상이 불편했을 것이다. 그래서 책의 제목은 내게 오히려 역설적으로 들린다. 모두가 평범하다고 하는 삶의 이면에는 다 저마다의 평범하지 않은 세계의 굴곡들이 있어, 라고 읽히기도 하고 또는 왜 평범함의 세계에 안주하지 못할까? 라고 읽히기도 한다. 신기한 건 그녀의 글에서 차갑게 느껴질 만큼 자기연민이나 변명 또는 자기과시가 거의 읽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그녀는 아직 작가로 인정받지 못하거나 세상의 시선이 어떻든 간에 이미 작가 체질인 것이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시선은 그녀를 외로움에 가둔 적이 많았겠지만, 그녀는 세상과 타인과 스스로에 대해 최선을 다해 글쓰기라는 무기로 예의를 다한다. 그러니까 그녀의 글은 우선 자신을 정확히 보고 정확히 알려는 글이며 그 안에서 변화를 일으키려는 글이며 한계와 족쇄들을 거부하려는 글이며 더 높은 자유로운 삶의 조건들을 창조해내려는 의지의 글이며 한순간이라도 더 멋진 순간을 맛보기 위한 글로 읽힌다. 아니 무엇보다 자신이 마주할 대상들을 향한 기도같은 글들이다. 그러니까 그녀의 글을 더 맛깔나게 읽기 위해서는 우선 커피 한잔을 따라놓고 그녀가 건네는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이듯 그 이야기에 반응하고 자기 자신에게도 말을 건네며 읽는다면 좋을 거로 생각한다.

기도 중 함께할 내 사람들의 이름을 또박또박 한 글자씩 온 마음으로 부르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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