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언제나 그랬듯 문제는 불평등이다. 그런데 한국인은 불평등에 분노하는 게 아니라 불공정에 분노한다. 불평등에 분노하기는커녕 불평등(차등 분배)을 지고의 사회정의로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또한 특권의 불평등에 분노해 그것을 없애려는 게 아니라 특권에 접근할 기회의 불평등에 분노하며 특권은 그대로 유지하려 한다. 이 경향은 계층, 세대, 이념까지도 초월한다. 이 사실은 무엇을 의미할까? 현실에서 일어나는 모든 보상과 처벌이 공정한지, 일일이 그 등가성 equivalence을 확인해야 함을 의미한다. 당연히 이는 사회 시스템에 끝없이스트레스를 가하고 사람들을 신경쇠약으로 몰고 간다. 서울교통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정규직화 과정에서 벌어진 엄청난 사회적 논란이 보여준 게 바로 이것, 불신의 일상화routinizeddistrust다. 그럼에도 불평등은 규범 차원에서 정당화되기 때문에 점점 확대된다. 그런 사회를 과연 좋은 사회라고 할 수 있을까? - P1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