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기억하지 않았다
안재성 지음 / 창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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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가 소설로 나오기까지 얼마큼 시간이 걸렸을지, 마지막장을 덮었을 때 탄식이 나왔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한국 현대사의 희귀한 자료라 할 수 있는 수기가 이토록 오랫동안 숨겨진 이유는 정찬우가 북한 정권의 고위 관리로 전쟁에 참가했다가 포로로 잡힌 인물이기 때문이다. 전북 고창 출신인 그는 일제 말기 만주에서 항일 무장투쟁에 가담했다가 평양으로 귀환하는 바람에 운명이 바뀌었다. 정찬우는 전쟁의 무자비한 참상을 생생히 기록했지만, 그의 존재 자체를 감추고 싶었던 가족들에 의해 수기는 어두운 옷장 속에 가두어질 수밖에 없었다.  p.324

 

오늘날 태어났다면 어느 분야에서는 커다란 족적을 남겼을, 그러나 불행한 시대에 태어나 고난으로 점철된 청년기를 보내야 했던 한 수재의 짧은 생애가 마음 아프다. 우리 역사상 가장 참혹한 전쟁을 일으킨 사람들은 지금까지도 대를 이어 권세를 누리는데, 그들은 대신해 죽거나 속죄양이 되어 긴 감옥살이를 해야 했던 이들은 역사에 족적도 없이 사라져버렸으니 서글픈 일이다.  p.326

 

 

 


우리 시대에 아픔은 언제나 따라왔다. 그 중에서 가장 아픔은 아마도 한국전쟁이지 않을까?  여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던 정찬우가 당의 부름을 받아 영남지방 교육위원으로 발령을 받게 되어 원하지 않게 전쟁에 참가하게 되었다. 원하지 않았던 일이지만, 나라에서 시키니깐 당연하다는 듯이 전쟁 속으로 들어가게 된 정찬우가 세세하게 기록한 수기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은 그 시대 얼마나 참혹했는지를 알려주는 역사서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여태껏 한국전쟁 이야기는 보통 남한의 입장에서 쓰였거나 영화를 봤는데, 이 소설을 보면서 북한의 입장에서 참가하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모두가 원치 않았던 전쟁, 같은 민족끼리 이렇게 잔인한 일을 벌일 수 있을까? 책을 읽는 내내 한겨울 맨발로 눈길을 걷는 듯 마음이 시리고 아팠다. 아픈 역사이지만 우리나라 역사의 일부이기 때문에 한국 사람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어야할 이야기인 한국전쟁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잊지 않고 기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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