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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S!! 1 - 정의의 사자를 쓰러뜨리려면, Novel Engine
이즈미 니시키 지음, 송덕영 옮김, 시라하네 나오 그림 / 데이즈엔터(주)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1. 사람들의 높은 평가가 납득이 되는 평범하게 잘 쓴 글. 전대물의 클리셰를 역전시킨 소재에 보통 더 눈이 쏠리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전대물에 그렇게 큰 애정이 없어서인지 어떤 소재를 줘도 평균 이상의 작품을 내놓을 것 같은 그 문장력이 더 인상적인 작품이었습니다.
선도 악도 아닌 독특하게 삐뚤어진 주인공, 안일한 클리셰에 기대지 않고 깊이있는 드라마를 통해 착실하게 쌓아올려진 캐릭터들의 매력, 풀고 조이는 타이밍이 탁월한 긴박감 넘치는 전개, 약자의 오기를 강자에게 근성으로 관철시키고야 만다는 뜨거운 클라이막스.
그야말로 빠지는 곳 없이 잘 쓴 글이더라고요.
2. 다만 기초설정이 "정의"를 많이 좋아하는 저로서는 워낙 에러라 문제.
악의 조직의 피라미 따위가 아픔을, 오기를, 사랑을, 용기를 말하지 말라고!
덕분에 주인공에게 동정심을 느끼면서도 완벽하게 몰입할 수는 없었어요. 도중에 악의 조직을 탈퇴하거나 하는 식으로 제 몰입을 강화시켜 줄 전개가 나오기를 바랐는데, 마지막까지 주인공의 소속은 변하지 않는지라...
3. 이런 기존의 선악구도를 뒤집은 작품은, 아무래도 몰입을 쉽게 하기 위해 작위적일 정도로 기존의 선역(이 작품의 경우 히어로들)을 위선자들로 매도하는 경우가 많은데...그런 뻔한 선악구도를 선택하지 않은 점은 상당히 호감이었습니다. 주인공의 심정도 이해가 가지만, 악역인 히어로들도 히어로라는 힘에 걸맞는 정의의 마음을 가진 "진짜 히어로"예요.
다만 작가는 정의 VS 또다른 정의의 충돌을 그리고자 한 것 같은데...그 심정은 애절한 드라마 덕분에 이해가 가지만, 아무리 그래도 정의라고 인정해 줄 정도는 아닌지라...
4. 주인공 편의 괴인이고 동료 조직원들이고 진짜 히어로들에게 짤없이 쓸려나가는데, 그런 인정사정없는 처절함은 참 마음에 든 것입니다만, 왜 아무도 투항을 생각도 하지 않는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최소한 1권에서는 아무 설명 없었죠? 그냥 전대물로서의 장르적 클리셰 때문에?
세뇌가 좀 심하게 되어서 태어나는 건가...?
5. 여성 히어로들에 대하여.
배틀 정키인 아오바는 좀 거만한 감이 있긴 해도 충분히 히어로로서 합격인데, 핑크인 사쿠라가 그렇게 심각한 수준은 아니더라도, 히어로들 중에서는 자기 색깔마냥 가장 핑크빛 사고회로를 가지고 있어서 좀 짜증...그럭저럭 강인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주다가, 막판에 비이성적으로 지나치게 주인공에게 공감하며 약한 소리를 하더라고요. 그 장면에서 호감도가 꽤 하락 -,.-
다행히도 그런 사쿠라의 발언은 작품 내에서 전적으로 긍정되지 않습니다.
다만 이후 사쿠라가 히로인에 가까운 포지션이 된다는 소문이...불안...;;
5. 워낙 정의 정의 하며 투덜댄지라 재미없게 읽은 것 같지만, 이런 저조차도 찡하게 만들 정도로 드라마를 진짜 잘 만들어 내서...정의만 아닐 뿐 주인공의 마음 자체는 앞서도 말했듯이 절절히 이해가 갔고...그래서 어차피 3권 완결짜리 작품이니만큼, 남은 두 권은 이런 사상차가 아슬아슬하게 거슬리기는 해도, 눈 딱 감고 구입할 수 있습니다.
기본 구도가 아쉽지만, 그걸 감안해도 워낙 잘 쓴 이야기인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