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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적인 기둥서방 생활 1 - V Novel
와타나베 츠네히코 지음, 이기진 옮김, 아야쿠라 쥬 그림 / 길찾기 / 2013년 9월
평점 :
1. 직장인 판타지. 김태랑과 시마시리즈 같이 현세에서 직장인으로서 성공신화를 쓰는 것이 아니라, 이세계 여왕님의 기둥서방이 된다는 도피적 설정이라는 점에서 시대의 아픔이 읽혀지...는지 어떤지는 아무래도 좋고, 중요한 건 어른의 판타지로서 제대로 재밌다는 점.
10대와는 차별화 된 어른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줍니다. 이런 욕망에 솔직한 작품은 지나치게 유치해지는 경우가 잦은데, 이 작품은 대리만족물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면에서 상당히 어른스럽고 현실적인 면모를 보여주거든요.
등장인물들은 전부 어른스럽게 나름의 "생각"을 하는 이성적인 사람들이며, 이세계로 넘어가기 위한 준비과정과, 넘어가고나서의 적응과정에 대한 개연성이 충분한 성실한 묘사 또한 어른스러운 느낌. 매력적인 마눌님과 빠르게 성행위를 치뤄버리는 것도, 속이 시원했고요! 온갖 유사 성행위는 다 하면서 삽입만은 별 구차한 이유로 다 피해가던 흔한 라노베들하고는 달라! 다른 거야!!
좋구나 성인향. 만세다 성인향. 비바 성인향!
2. 어른스러운 이세계 적응기로서도 합격이지만, 정략결혼이라고나 할까 선을 보고 한 결혼이라고나 할까, 불타는 정열은 없지만 서로에게 풋풋한 호의를 가진 두 사람이 부부생활을 통해 천천히 사랑을 키워나가는 모습도 대단히 매력적. 녹아내립니다.
여왕님 진짜 사랑스러운 것 아닌가요 여왕님. 갈색 피부의 육덕진 폭유 여왕님이라는 일반적 라노베에서 보기 힘든 섹시한 외모도 취향 직격인데, 난세를 평정한 대범하고 현명한 여걸이지만 강한 정조관념과 도덕심, 그리고 녹아내리는 귀여움(!)도 겸비한 사기캐라는 게 정말...
그러면서도 앞서 말한 개연성 있는 성실한 묘사 덕에 주인공에게만 이득인 이런 결혼이 이루어진 이유도 나름 설득력있게 제시되는지라, 지나치게 상황이 좋게 돌아가는 것에 대한 불편함도 최소화하고 있어요. 음 역시 좋은 작품.
3. 이것저것 생각해서 이세계로 가져갈 짐을 꾸리는 장면 말인데...이제 곧 이따위 세계 버리고 이세계로 넘어간다는 주인공의 기대감이 그대로 느껴지는, 그 두근두근한 현장감이 대단히 좋은 장면이었습니다만...그런 것 치고는 주인공이 선택한 물건들이 너무 애매한 감이 있어서 눈물. 전기 너무 집착해요. 저는 지식 위주로 짐을 꾸리는 것이 훨씬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4. 너무 단권완결성에 신경을 안 쓰고 중간에 책을 그냥 뚝 끊어 버려서, 2권 내놓으라고 비명을 지르게 하는 것은 슬픈 점. 너무 중간에 뚝 끊겨서 참 재미있게 봤음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로서의 평가를 하기가 대단히 힘드네요. 그래서 별점은 일단 무난하게 3점.
그래도 2권을 학수고대하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5. 작품은 참 좋은데 번역이 에러. 하오체와 해요체를 동시에 쓰는 건 대체 어느나라 문법? 멋대로 히로인 이중인격으로 만들지 말아 줄래요? 초반에 되게 거슬리더라고요.
번역자는 물론 이걸 OK한 편집자도 욕 좀 먹어야 합니다 이건.
처음에는 항상 하오체만 쓰던 히로인이 주인공에게만은 잘 보이려고 무리해서 해요체를 쓰다가 말실수가 벌어진다는 그런 모에 시츄에이션인 줄 알았는데, 그냥 평범하게 번역이 이상한 거였...-,.-
2권은 제발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