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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형제 동화집 1
그림 형제 지음, 윤지영 옮김, 아나스타샤 아키포바 그림 / 작은책방(해든아침)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역시 원작은 달랐다.
이미 알고있던 신테렐라의 계모와 언니들의 냉정함은 원작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황금 구두의 주인이 되기 위해 발가락이 잘려 나가는 정도의 아픔은 얼마쯤 견딜 수 있다는 설정은 어른인 내가 읽기에도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서늘함이 숨어 있다.
오히려 아이들은 아무렇지 않다.
이야기는 그저 이야기일 뿐이란다.
"그건, 진짜 잘랐다는 말이 아니라 그만큼 구두를 갖고 싶었다는 뜻 아냐? 이건 동화잖아..."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초등학교 3학년이 되는 딸아이는 이미 책 속의 환상과 현실은 다르다는 것을 구분할 수 있는 충분한 나이가 되었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어느새 아이가 커버렸다는 사실이 서글프기도 하다. 현실에 눈을 뜨게 된 딸이 순수함을 잃어버리게 되는 건 아닐까하는... 어떠한 경우라도 안심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것이 엄마 마음일까?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한 '숲 속의 집'은 나만이 아닌 남도 함께(그것이 동물일지라도) 배려하고 걱정할 줄 아는 법을 전달해주어서 참 좋았다.
또한 끝없는 이야기가 된 것처럼 작가의 상상력이 멋지게 이어진 '여섯 명의 하인'.
그러나 백설공주의 '쇠 신발'과 함께 갑작스런 결말이 조금 아쉬움으로 남는다.
신데렐라, 룸펠슈틸츠헨, 라푼젤... 등 모두 여덟 편의 동화를 짧은 시간에 거침없이 읽어 내려가는 딸아이의 독서력에 내심 흐뭇했는데 직접 읽어보니 금방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술술 읽어내려간 힘의 원천?
알고보니 딸의 독서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이야기가 정말 재미있어서 였다. ^^
특히 내 눈을 사로잡았던 두 개의 그림.
그러고 보니 모두 머리를 만지고 있는 그림이네..^^
노란드레스를 입고 있는 라푼젤의 머리를 자르는 날이 선 가위,
마치 내 머리가 잘리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사실적이다.
오른쪽의 그림은 많은 책에서 만났던 백설공주와 새 왕비 모습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마법 거울의 말대로 백설공주는 아직 어린고 사랑스럽다.
이미 커버려 S라인의 몸매를 지닌 아름다운 공주를 시기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공주를 상대로 노여워하고 질투하는 왕비의 이야기라 더욱 이해하기에 좋다.
무엇보다 원작을 그대로 읽을 수 있다는 장점.
이미 알고 있는 부분과 원작의 서로 다른 점을 찾아보는 재미.
또한 이야기는 물론 그림도 힘을 실어준다.
(그린이는 2003모스크바에서 '최고 일러스트레이터' 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기존에 예쁘고 뻔하게만 포장되어 있던 동화가 좀 더 사실적이고 현실적인 것이 매우 맘에 든다.
서늘한 잔인함도 선과 악의 구분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장치라고 보면 충분히 이해되는...
아직 유아들을 위해 책을 읽어주는 엄마라면 약간의 수위 조절이 가미되면 좋을 듯.
그러나 학교생활을 경험한 아이들에게는 그대로 읽게 하여도 무방할 듯.
동화를 읽으며 환상과 현실을 구분하는 능력을 키우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