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디지 않아도 괜찮아 - 나를 움직인 한마디 두 번째 이야기
박원순.장영희.신희섭.김주하 외 지음 / 샘터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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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혹은 나도 누군가에게 한 번쯤 말해본 듯한,
따뜻하고 예쁜 이야기들이 가득한 한 권의 책.

계절 탓인지 뒤숭숭한 내 맘을 차분히 다독여 주는 책.
그렇게 내 눈은 책장 위를 향해 쉴새 없이 움직이고 머리는 온통 생각으로 바쁘다.
'그렇다면 나를 움직인 한마디는 뭐였을까?' 라는...
국민학교(지금은 초등학교지만) 5학년이 될때까지 나는 그야말로 천상천하 유아독존이었다.
아니, 안하무인이란 말이 더 적당할 것 같다.
아마도 학기초가 되면 어김없이 받아드는 반장 임명장이 내 목에 힘을 실어주었나 보다.
그 임명장은 곧 선생님 다음으로의 실권을 부여받은 증거이기도 했기에...
역시나 제 잘난 맛에 푹~ 빠져 있던 나는 조를 나눠 중창 연습을 하던 어느 음악시간, 좌절이란 쓴맛을 처음 경험하게 되었다. 평소 노래 부르기를 즐기시던 담임선생님은 아이들의 파트를 나누며 내가 아닌 다른 친구에게 소프라노를, 내겐 알토를 지정하셨다. 어린 마음에 소프라노가 노래의 주인이라 생각했기에 나의 얼굴은 금세 굳어졌고... 그런 나를 선생님은 일부러 모른 척 외면을 하셨다. 수업을 마친 후 청소시간에 선생님은 내게 '겸손'에 대해 말씀해주셨다. '반장으로서 책임감도 있고 성적도 우수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네가 모든 것을 다 잘한다는 것은 아니다. 선생님이 볼 때 노래는 다른 친구가 더 재능이 있다. 너의 부족함을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 한다.' 대략 이런 말씀을 해 주신 걸로 기억나는...

중요한 건 내가 처음 맛본 좌절이었다는 것이다.
그 맛은 쓰다는 말로만은 부족한... 세상이 온통 낭떠러지 처럼 여겨지던... 그냥 엉엉 울어버리고 싶던 씁쓸함.
한참동안 어깨가 좁아들었던 시간을 경험하고... 무사히 6학년으로 진급하던 첫 날, 전학을 가게 된 나는 마지막 인사를 드리기 위해 찾은 선생님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정말 좋은 선생님을 다시는 못 볼 거라는 생각에...
그랬다. 선생님에 대한 원망은 시간이 해결해 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습기만한 좌절이었지만 난 그걸로 훨씬 어른스러워졌다.
지금은 오히려 지나친 겸손으로 나와 남에게 부담을 느낄 때가 있을만큼 변해버렸지만...
그 때 선생님의 따끔한 충고가 아니었다면 나의 교만함과 자만심은 어떻게 되었을까.
내 아이들에게 남을 배려하는 조심스러움을 알려 줄 수나 있었을까.
나의 선생님을 기억하며 읽는 책은 그 감동이 더욱 짙다.
누구에게나 한마디의 위로와 격려는 인생을 바꾸기에 충분할 것이다.
이제 어른이 되어버린 나는 또 누구에게 인생의 한마디를 선물할 수 있을까.

이미 유명해진 그들을 움직인 한마디가 특별할 것은 없다.
다만 누가 귀기울이며 가슴에 새기는 가에 따라 말은 나를 움직이기도, 그렇지 못하게도 하는 것이리라.
 
혹시 마음 속에 길을 잃고 힘들어도 내색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읽는 동안 언젠가 나에게 들려주었을 누군가의 한마디를 기억해내는 행복을 누려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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