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의 달콤한 □□ 보름달문고 26
이민혜 지음, 오정택 그림 / 문학동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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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 이야기

부모님의 반복되는 싸움이 지겹다.
술 마신 후아빠가 휘두르는 막무가내 폭력은 두렵다.
엄마의 잦은 눈물과 신경질적인 말투가 싫다.
나는 공부만 잘하는 전교 강패다.
내 몸은 선인장 같아서 누군가 나를 건드리면 나는 가시를 선물한다.

이제 육 년만 더 참으면 나도 어른이 된다.

 

■ 일진이 이야기

여덞 살에 부모님의 이혼을 통보받았다.
엄마와의 대화는 뭐든 엄마 맘에 들어야 끝난다.
친아빠는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도예방을 운영한다.
새아빠는 정말 좋은 사람이다.
난 공손할 뿐 이해심이 많지 않다.

오늘로 진짜 6학년이 된다.
육 년만 더 기다리면 나도 어른이 된다는 뜻이다.


엄마 뱃속에서 약속된 시간을 이겨내고 세상에 나서는 많은 아이들은 분명 축복받은 사랑스러운 생명이다.
그런데, 여기 두 아이는 마치 그런 축복과 사랑따위는 전혀 경험하지 못한 모습이다. 왜 그럴까?
내 맘대로 두 아이의 지난 13년을 상상한다.
상상속에서 나의 어린 시절도 떠올리고 우리 가족의 축복속에 태어난 내 아들의 역사도 떠올린다.
잦은 눈물을 보이던 지혜 엄마, 엄마 맘에 들어야 대화를 끝내는 일진이 엄마, 공손한 일진이, 폭력을 두려워서 먼저 가시를 세우는 지혜...
모두에서 우리 가족의 모습이 들여다보였다.
슬프다.
많은 선택의 기회를 놓친 것이 슬프다.
분명 좋은 엄마, 좋은 아들, 좋은 가족이 될 기회가 있었는데, 눈 앞에 놓인 기회를 놓쳐버린 것이 슬프다.
다행이다.
나와 같은, 우리 가족과 같은 이중성을 가진 또 다른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그들을 보며 반성할 수 있어서, 나에게, 우리에게 다시 기회가 주어져서 다행이다.


비밀이 많은 것 같은 지혜와 성격이 좋은 것 같은 일진이는 새학기 같은 반이 된다.
지혜와 일진이는 그냥 우리 주변에 많은 아이들 중 한 명이다. 학교생활도 교우관계도 들여다보면 별 문제가 없다. 일진이가 바라본 지혜는 그저 조금 비밀이 많은 듯한 친구이고, 지혜가 바라보는 일진이는 그저 조금 웃음이 많은 실없는 친구일 뿐이다. 그 아이들에게 서로를 알아갈 대화가 없었다면 아마도 영원히 두 친구는 그렇게 기억을 멈추었을 것이다... .  서로 너무 다른만큼 알아가는 과정 또한 요란했던 두 친구가 결국엔 서로에게 달콤한 그 무엇이 되는 이야기.
우린 원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좀 더 잘 표현했어야 했다. (115쪽)
아마 지혜는 일진이의, 일진이는 지혜의 달콤한 기억이 될 것이다.
지혜를 보며 히죽웃던 일진이의 비웃음보다 베란다에서 던지던 포도씨의 달콤한 기억을,
친구들 앞에서 맞았던 뺨보다 운동장에서 뺨에 닿았던 지혜의 입술을 더 달콤한 기억으로 떠올릴테니...

 

너는 나의 달콤한 □□ ?
나는 '시간' 이라고 채우고 싶다.
내가 무심코 떠올리는 친구들, 가족들, 내가 아는 사람들의 모습은 어쩌면 내가 행복했던 바로 그 찰나의  순간을 정지시켜놓은 사진과 같은 모습이 아닐까. 
지혜와 일진이가 가진 것과 같은 나의 달콤한 시간을 하나씩 하나씩 찾아보고싶다.

 

*
한 권의 책에서 두 친구의 이야기를 함께 만나볼 수 있는 책.
같은 사건을 전하는 두 친구의 서로 다른 이야기가 흥미롭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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