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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램프 제1권 - 비밀지하요새
천하패창 지음, 곰비임비 옮김 / 엠빈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인터넷 소설을 즐기는 여자친구를 위해 쓰기 시작한 글이라고?
불과 몇 장을 넘기지 못하고 쉬어가기를 여러차례, 작가의 이력이 매우 궁금해졌다.
그런데 아무리봐도 약이 오른다. 도무지 신은 어찌하여 한 사람에게 저렇게 여러가지의 능력을 주셨을까?
직장도 튼튼하고, 여자친구도 있고, 무엇보다 뛰어난 상상력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끊임없이 이어나가는 힘.
주인공 호일팔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자연스레 중국의 역사를 더듬게 된다.
셀 수 없이 많은 인구만큼이나 긴 역사, 그 보다 더 길것 같은 숨겨진 이야기들...
중국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었다.
솔직히 내가 아는 중국은 텔레비전 속의 리포터가 안내하는 풍물여행 정도가 전부이다. ^^;;
다행히 며칠 전 읽었던 중국작가 차오원쉬엔의 [사춘기]라는 소설과 통하는 부분이 있어서 반가웠다.
배경이 문화대혁명 시기인 것과 지시청년으로 도시와 먼 촌락에 파견을 나가는 부분...
그래서 그나마 이해가 수월했던...
그러기에 난 이 책이 더욱 즐거웠다.
역사를 알고자 읽은 책이었다면 그 고역이 이루 말할 수 없었을 테지만 쉼 없이 펼쳐지는 모험도 즐거운데 거기다 상식과 지식을 함께 얻을 수 있다니...
먼저 독서를 마친 열네 살 아들은 자주 등장하는 한자어 때문에 초반 책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엄마, 야인이 뭐야?" "야인? 야생인간?" "......." 이런 질문때문에 좀체 속도를 내지 못하더니 금세 빠져들고 말았다. "어으, 잔인해..." "이거 영화로 보면 진짜 재미있겠다..."는 둥 혼잣말을 하며...
이야기에 앞서 읽었던 세 사람의 추천사처럼 단순히 흥미위주의 탐험 소설이 아니라 역사와 문화를 배울 수 있는 점이 이 책의 큰 큰 장점이다.
(작가는 역사를 전공했다는 말도 없었다. 그렇다면 중국인들은 대부분 자국의 역사에 이 정도의 해박함은 가지고 있는 걸까? 아, 부끄럽다. 난 우리집안 역사도 제대로 모르는데...)
또한 마지막 옮긴이의 글을 보며 공감했던 것 역시 도굴이야기에서 뭘 얻을 수 있을까 싶었던 우려는 결국 기우였다는 사실이다. 호일팔이 관동군 지하요새와 주변의 고분에 대하여 묘사하는 장면은 마치 내가 고고학자가 되어 직접 돋보기와 펜을 들고 조사하고 기록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만큼 생생함 그 자체였다. 또한 뚱보의 행동에 주의를 주는 것으로 설명을 해 주는 부분은 작가의 글솜씨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부분이었다. (그 외에도 호일팔이 군인 시절 공병부대로 곤륜산(빙하)에서 겪은 일이나 위기를 만날 때마다 등장하는 괴물과 그것들에 대한 자연스러운 설명은 따로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되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중국에 대해 알고싶으나 시작이 막연하여 주춤거리는 분들에게 감히 이 책을 강추하는 바이다. 덧붙여 엄마들에게 한가지만 귀띔을 하고 싶다. 아이들이 심심해 하거나 신나고 재미있는 책이 아니라 독서도 싫다고 거부한다면 주저없이 아이 손에 이 책을 쥐어주길 바란다. 아이들은 호일팔과 함께 모험을 떠날 수 있으니 좋을 것이고, 엄마는 아이의 역사와 한자공부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이 얼마나 큰 횡재가 아닌가 말이다.
문득 이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호일팔엔 주성치가 그의 단짝 뚱보엔 홍금보가 아주 잘 어울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패왕 도롱뇽이니 붉은 야수니 거대 늘보 따위 등 그 누구 앞에서도 기죽지 않고 때로는 즐기는 듯 그들을 상대할 자라면 두 사람이 제격일 거란 내 맴대로의 생각...^^;;
그나저나 큰일이다.
금니가 남긴 한 마디-"그 신강이 말이요...... ."-가 자꾸만 뒷덜미를 붙잡는 기분이다.
마치 호일팔의 등에 손자국을 남긴 순장된 꼬마 아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