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위녕이 아빠에게 소리칠 때도,

엄마가 담임선생님께 고개를 숙일 때도,

외할아버지가 담담하게 둥빈을 타이르실  때도, 꿈쩍하지 않았는데...

다니엘의 택시에 올라 엄마의 두 팔에 감싸인 동생들을 보는 바로 그 때, 주르륵 흐르는 눈물.

 

문득, 나는 내가 살고  있는이 집을 뭐라고 부르지? 생각하게 된다.

누군가에게 주소를 불러줄 때, 전화번호를 알려 줄 때 서슴없이 해주던 말인데....나의 집? 우리 집?

쉽게 책장을 넘길 수 없었던 책.

작가가 알고 있는 무수히 많은 멋진 말들 중에 고르고 골라 자리잡은 것들이려니 오죽할까 마는...

도무지 페이지 마다마다 밑줄을 안 그을 수 가 없으니...애가 탈 노릇이다.

그저 읽히는 대로 유유히 넘기면 좋으련만, 그러면 위녕의 말이 좀 더 바짝 들리련만...

겨우 육 개월간의 일상이라고 하지만

내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는 십사 년이란시간과도, 아니 내가 자란 30여년의 시간과도 매우 흡사했던 모습이 즐겁기보다는 정겨웠던 나의 집.

때로는 위녕이 되었다가 엄마가 되었다가 어느새 외할머니가 되어 있던 내 모습.

새로운 의미의 가족을 보여 주기 위해 시작되었다고는 하나,

단지 서로 다른 아빠를 가졌다는, 굳이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조건을 빼면 지극히 흔한 모습의 쪼유네집과 위녕이네의 일상에서 다른 점은 무엇일까?

누구나 들어보았을 "결혼해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꼭 너 같은 자식 낳아서 한 번 당해봐라."는 부모님의 말씀,

누구나 몰래 간직했을 엄마와 아빠, 그리고 집을 향한 원망-욕설을 포함한-과 비난이 가득한 일기장,

누구나 담아보았을 형제에 대한 시기와 질투,

비단 위녕의 엄마만 그랬던 것일까?

나는 충분히 공감하고 충분히 이해되고 충분히 몰입되는 책.

그래서 내 마음 대신 친정엄마에게, 내 아들에게 꼭 보여주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되는 책.

 

만일 위녕이가 처한 현실이 엄마를 중심으로 전개되지 않고 서로 다른 엄마를 가진 세 형제가 아빠를 중심으로 전개되는-소설적인 관점에서- 이야기라면? 그랬다면 여섯 계절이 지난 뒤 그때에도 위녕이는 자신을 좋아하는 스무 살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불현듯 부성애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모성은 수 없이 많은 색깔과 형태로 표현되지만 내가 알고 있는 부성은... 글쎄...?

 

350여 쪽의 글에서 각기 다른 삶을 경험했다.

비록 느낌만으로 생각만으로 하는 경험이지만 여기가 아니면 좀 더 시간이 걸리거나 끝내 알 수 없었던 경험.

어리지만 상황파악이 빤한 제제,

사춘기를 제대로 표현해주는 둥빈,

사상과 현실 중 현실을 선택하고 지키기위해 온 힘을 다해 애쓰는 아빠,

죽음 앞에서 자식에 대한 사랑을 감추지 못하는 둥빈 아빠,

결혼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가 뒤섞인 감정을 혼란스러워하는 노처녀 서저마,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슬픔일지라도 삶의 전부를 지배하기에는 부족함을 깨닫게 해 준 잭 다니엘,

딸에 대한 무한한 믿음과 사랑을 실천하는 외할아버지,

손주보다는 내 딸이 더 먼저 걱정되는, 그 분에게도 누군가의 엄마라는 이름이 먼저인 외할머니,

아무리 힘들어도 그것이 최선을 다한것이라면,  스스로 선택한것이라면 행복할 수 있음을 보여준 막딸아줌마,

그리고 함께 하는 것만이 진정한 사랑은 아님을,

모성의 완성은 품었던 자식을 보내주는 데 있다는 것을 알 게 해준 위녕과 엄마.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내게 말을 걸었다.

"사는 게 참 맘대로 안 돼."

"맞아. ‥‥‥ 그렇다고 그게 꼭 나쁜 것도 아니야."

 

내가 살고 있는 이 집을 나는 뭐라고 불렀지? ...... 나의 집? 우리 집? 

그래, 앞으로는 이렇게 부르는 거야.

즐. 거. 운. 나. 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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