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수첩 - 보통의 시선에서 벗어난 자살을 향한 대담한 사유
가스가 다케히코 지음, 황세정 옮김 / CRETA(크레타)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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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전세계적으로 스마트 하고, 자기 관리를 잘한다는 자랑스러운 이미지를 지닌 반면 OECD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18살에 중학교 때부터 가장 친했던 친구가, 23살에 고3때부터 친했던 학원 친구가, 그리고 자주는 아니어도 중학생 때부터 다정히 서로의 안부를 묻던 애정하던 동창 친구가 26살에 다들 뭐가 그렇게 급했는지 너무도 젊은 나이에 소풍을 빨리 떠났다. 마지막 친구만 빼고 자의적으로 생을 달리 했기에 또래애 비해 빠른 나이에 사랑하는 이들의 부재를 일찍이 경험하고 평상시엔 잘 안 믿기겨 부정을 하기도 하고 실감이 날 때면 주변 상황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나도 살아오면서 아주 크게 힘들었던 두 번의 고난 시기였던 중학생 때와 29살에 ‘이 세상에서 그대로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사실 총 네 번 그런 생각을 했었데 지나고 생각 해보니 별 거 아니었던 두 번 빼고) 그 때로 돌아가도 똑같은 생각을 하면서도 잘 이겨냈겠지만 애초에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몰랐을까, 내가 갑자기 죽으면 슬퍼할 우리 가족 생각을 하면서 혼자서 묵묵히 티 안내고 버텼던 시기가 있었다. 너무나 힘들었던 그 순간에도 나는 내사람들에게 나의 부재로 인한 상처를 남길 수 없다는 생각으로 죽을 용기조차 낼 수 없었고 그렇게 버텼다.

올해로 17년 넘게 친구의 마음 속 짐을 덜어주지 못했다는 미안함과 죄책감이 앞으로 여생동안에도 마음 한 켠에 자리하고 있겠지만 내일이 안 왔으면 싶고, 아침에 눈 떠서 또 하루가 시작 됐다며 막막하던 그 때에도 주변 생각까지 했던 것 보면 막상 난 죽을만큼까진 힘들진 않았구나 싶기도 하다. 신은 견딜 수 있을 만큼의 시련만 준다는 말과 나를 죽이지 못한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는 말처럼 내가 생각보다 그리 나약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기도 했다.

다양한 자살의 부류와 예시로 문학 작품이나 실화가 담겨 있는 이 책을 읽으며 친구들을 떠올리기도 하고, 나의 과거를 되짚어 보기도 했다. ‘자살’이라는 무거운 주제가 남겨진 고인의 주변인들에겐 너무나 큰 아픔으로 자리하고 있지만 한 편으로는 얼마나 살아있는 자체가 버거웠으면 그런 선택을 했을까 생각을 해왔다. 이 책은 자살을 한 고인이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마음을 이해하고 다시금 추모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서 감사한 시간을 선사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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