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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동양신화 중국편 - 신화학자 정재서 교수가 들려주는
정재서 지음 / 김영사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굉장히 많은 이미지들이 수록되어있는데, 단연 최고는 '인어아저씨 저인'이다.
절도있는 팔동작과 단호한 표정이 일품이다...라기보다는 그냥 재밌게 생겼다.
첫 장에 이런 사진이 있는 건 반칙이다.
인어아저씨때문에라도 읽을 수 밖에 없는, 그런 거가 되버렸다.
만화 봉신연의 를 엄청x5조 재밌게 읽었었는데, 그게 중국신화 기반인지 몰랐다...
마지막에 주인공 태공망이 (왕천군과 같은 사람이고) 복희였고, 악당이었던 여와와 합쳐져버리더라니... 세련되고 기묘한 결말이라고 생각해서, 작가의 엄청난 상상력인 줄 알고 감동먹었는데!!!
과거의 감탄에서 김이 조금은 빠져버렸다.
과거의 감동은 식었지만 지금의 감탄은 새로 보글보글.
처음엔 약간 홍보멘트에 홀려서 선택한 책인데, <그리스 로마 신화는 알고 동양신화는 모르는!!! 이런!!! > 이런 류였던 거 같다. (아니다)
그 걸 보고 '그래, 그건 그렇네... 그건 만화로 다 뗐는데... 하물며 나는 중국학과인데...' 하면서 죄책감 반 호기심 반 (그리고 수업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 0.5) 으로 골랐었다.
책을 읽어보니 서양 관념이 우리 삶에 진하게 스며들었음을 새삼 느꼈다.
'세상의 시작'에 대한 주장을 떠올려보면 어떤게 생각 나시는지?
개인적으로 '진화론'과 '창조론'이 떠오른다.
물론 동양신화에서도 창조론이 있지만 여기서 창조론은 완벽하게 하나님의 창조일 것이다.
'기독교가 굉장히 큰 세력인데, 동양신화는 안유명하니까...' 이라 해도, 이건 서양측 주장이어야 되지 않을까?
역사는 알아야 한다.
비슷하게, 뿌리인 신화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의 #반고 가 저 진화론과 창조론 사이에 병렬로 나열하지는 못하더라도
반고가 있다는 건 알아야겠다, 는 생각이 들었다.
봉신연의의 결말이 '복희와 여와가 합쳐진다'고 했는데, 사실 결말까지는 기억이 안난다.
각각의 캐릭터가 사실 복희와 여와였다, 는 것까지는 기억나지만.
근데 왜 합쳐진다, 라고 했냐면 '신화'에서 합쳐졌기 때문이다.
복희와 여와는 대홍수 이후로 살아남은 유일한 인간이었고, 그렇기에 지금 인류의 시초인 셈이다.
나는 기독교도 아니고 전혀- 신앙에 관심이 없는 사람인데 그냥 '노아의 방주'는 안다.
반면 만화 덕에 복희와 여와는 알았지만, 이들이 대홍수-인류를 파멸시킨 대재앙-와 관련되어있는지는 몰랐다.
솔직히 재밌으면서도, 부끄러웠다.
단위로읽는세상과 국가의사기가 지적 쾌감으로 꾸준히 읽을 수 있었다고 한다면,
이야기동양신화 는 재미 반, 의무감 반으로 꾸준히 읽을 수 있었다.
인어아저씨, 먼저 못 알아봐서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