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고독이 없었다면 자신에 대한 어떤 반성도 지난 생애에 대한 엄격한 비판도 없었을 것이다... pp. 435  

침잠의 시간이 필요했다. 일상의 반복을 벗어나서 꾸미지 못한 자신을 샅샅이 살피고 그것을 기반으로 기틀이나마 제대로 잡으면, 이제 반 고비 넘은 인생에서 올바른 길을 잃지 않을 수 있을 것(단테 알리기에리, 신곡-지옥편)이라 생각했다. 할 수 있다면 성장하고, 또 할 수 있다면 좀 더 깊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혼자서도 침잠할 수 있는 시간을, 기회를 만들 수 있다면 좋으려니와, 일개 범인인 내가 자신의 의지로 안전하고 평화로운 일상의 장막을 걷고 나오는 것이 전혀 불가능 할 것이니, 자의 반 타의 반의 일상에서 떨어져 나올 수 있었던 이 기회는 말 그대로 하늘이 주신 것이라 생각했다. 

 그 시간이 어땠는지 지금은 평가하지 못하겠다. 아직 나에게는 4분의 1의 시간이 남아있으니. 하지만 그가 지루하고 고통스러웠던 유형을 끝내고 같은 계절에 생명의 자유를 찾은 것을 보니, 어쩐지 내게도 가능성이 영영 없지는 않은 것 같다. 이제는 사모바르를 끓이고, 노동을 하고, 싸움질을 하고, 탈옥을 하는 대신, 정말 내 속으로 걸어 들어가 보아야 하겠다. 그래서 현실보다 더 과장된 자유(pp.454)를 찾는 그날, 나 역시 가슴을 펴고 그 영광스러운 시간으로 걸어 나가겠다. 

덧.   

책이라는 것이 저자의 생각과 마음을 담은 껍데기에 불과하더라도, 고작 한 번 읽었는데 책등이 떨어져 나가 버리는 것은 곤란하지. 그것도 "제작도 엄정하게 정도를 걷는다... 양장 제책으로 품격과 편의성 모두를 취했다"라고 의기만만 선언한 상황에서. 열린 책들, 듣고 계시나요? 신경 좀 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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