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풍경 - 김형경 심리 여행 에세이
김형경 지음 / 예담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감정. 그냥 '인간이 태어나면서 생득적으로 가지고 살아가는 나의 작은 부분'이라고 생각해왔다.

'심리'라는 것이 원래 인간의 가슴 속 깊이 묻혀있는 모습들을 분석하고 복잡하게 얽혀있는 구조적인 문제로 인식하여 왔기 때문에 나는 나의 감정을 피하고 살아왔다. 단지 객관적인 요소를 구분하는 것의 장애물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의 정체성이 형성되면서 우리는 여러 감정들을 거느리고 살아간다. 과연 내가 감정없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었을까 생각해보았다. 가령, 내가 모든 상황들을 객관적으로 판단할줄만 알았다면 나는 우리 나라의 과거 시대적 상황을 판단하지 못 한채 문학과는 거리를 두며 살았을 것이다. 또한, 선진국에서 느낄 수 없는 우리 나라 사람들이 가지는 공동체 주의적 성격을 이해하지 못 한채 아웃사이더로 살아갔을 것이다.

셀 수는 있지만 정의할 수 없는 감정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의 혈관을 헤매며 돌아다닐 때 그 끝이 연결되는 곳을 찾을 수 있었다. 변화를 거치며 빛나는 자아실현이다. 충고와 조언을 좋아하여 감정을 배우고 해결책을 제시해 주면서 어느 정도 난 상담자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그게 나의 삶에서 실천해야 할 덕목들을 단지 말만 하고 있다고 말하니 충격이 크게 왔다. 단지 정신의 힘이 약해지는 가지 끝에서 일종의 방어의식이었다는 게 슬펐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가끔 상담을 해주면서 회의감을 느꼈던 것이 말하는 사람으로서의 먼저 취하는 행동이었다. 나는 실천하지 못하면서 상대방에게 "이건 이렇게 해야 돼"라고 말하기가 힘겨웠었다.

해결책이 뭘까. "너의 의지 부족이야, 이 거짓말쟁이"라고 말할까 두려웠다. 난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감정과 정서의 여러 차이들을 세밀하게 느끼고 수용해야한다. 단, 난 나르시시즘이 되지 않는 한에서 건강한 자기 중심성을 획득할 수 있어야 한다. 한숨의 환상속에 잠겨서 인간 정신의 '정상'을 찾으며 변화에 휘둘리지 않아야겠다. 끝없이 도는 감정에서 조절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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