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수많은 모순점들과 불합리함이 있다. 저자는 첫 소설 합체에 이어 사회에서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먼저 소설 주인공(이름이 나오지 않는다)은 이주노동자들을 친구들과 함께 살인해서 보호관찰소에 들어온 아이이다. 주인공의 집은 평소 아버지의 상습적인 폭력으로 인해 평화로운 날이 없던 집안이었지만, 아버지가 화재사건에서 소방관으로서 사람들을 살리고 자신은 불길에 휩싸여 죽어 영웅이 된다. 평소 아버지가 집에서 부렸던 행패나 폭력으로 쌓인 주인공의 분노는 아버지가 죽고 난 뒤에도 사그라들지 않게 된다. 집에서는 언제나 엄마와 가족들을 위협했지만, 죽고 난 뒤에는 아무 일도 없었단 듯이 이 시대의 의인으로 죽은 모습을 보고 참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뒤, 학교생활은 뒷전으로 밀리고 방탕한 생활을 시작한다. 친구들과 밤 늦게까지 돌아다니고, 놀면서 스스로를 더 나은 인간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우쭐하게 된다. 그렇게 ‘파키‘라고 불리는 이주노동자들과 싸운 뒤, 여태껏 쌓인 분노를 모두 그 이주노동자에게 폭발하여 살인을 하게 된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폭력의 되물림에 대해서 지적한다. 우리는 우리보다 약한 사람을 만났을땐 상대적인 우월감을 느끼면서 그들을 경멸하고 무시한다. ‘맨홀‘에선 대표적인 차별의 아이콘인 이주노동자를 그에 대한 장치로 사용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일용직 일들 위주로 일하지만 제대로된 대우를 받지 못하고 무시받는 이주노동자들을 소수자의 대표적인 예로 사용한 것이다. 주인공도 아버지에게 당한 폭력이 쌓이고 쌓여서 결국은 이주노동자에게 극단적으로 터지게 된 맥락이라 볼 수 있다. 전작 ‘합체‘와 비교했을땐 현실적이고 흔히 일어날 법한 문제들로 더 깊은 문제점을 제기했던 책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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