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기자기한 그림(삽화)과 글씨 그리고 제목이 눈에 띄는 책. [무기력 대폭발]이라는 제목이 마냥 끌린다. 나를 위한 제목이 아니지만, 제목이 나에게 하는 말 같았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하고 싶은 것이 떠오르지 않는 나날 속에 종종 무기력이 찾아올 때가 있다. 무언가를 해도 그것이 과연 나에게 필요하고 의미 있는 일인지 그런 고민을 했다. 어느 순간 그 무기력이 일상이 되었다. 그렇게 씨름하던 중 이 책을 집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제목이 끌렸고 그 후에 독특한 표지의 그림, 장(챕터)마다 있는 아기자기한 그림, 손에 쥐기 간편한 크기, 보기 편한 글자 크기와 간격이 눈에 들어왔다.
나중에 후기를 보니 딸과 아들이 그림을 그려주고 제목 글씨를 써주었다고 한다. 아이들이지만 그림을 잘 그려서 감탄했다. 아이들의 감성이 드러나는 그림과 제목 글씨에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목차는 이렇다. 대단원 안에 수필이 들어있는데 딱히 연관성은 없어 보인다. 1장의 안녕 물고기는 처음에 대화하는 것이 나오고 그 뒤에 시들이 쭉 나온다. 의식의 흐름대로 적은 것 같은 장(챕터)이다. 다른 장에서도 마찬가지로 의식의 흐름대로 적은 것들이 보인다.
어떤 글은 짧은 시, 어떤 글은 수필이고 어떤 글은 칼럼. 그래서 분위기도 제각각. 무거우면서 진지하고 유쾌하면서 가볍고 한편으로 애틋한 분위기를 드러낸다.
그렇지만 이 모든 글이 지향하고자 하는 바는 ‘좋은 사람’인 것 같다. 저자가 바라기도 하면서 우리에게 하는 말. 요즘 같은 현실에 좋은 사람이 되라고 말하기에 선뜩 쉽지 않다. 이런 각박한 세상에 좋은 사람을 이용할 것 같아 이제는 그 말도 쉽게 못 하겠다. 그래도 좋은 사람을 소망하는 저자의 마음이 느껴진다.
많은 사람’보다는 ‘좋은 사람’이 함께 읽어줬으면 좋겠다
익지 않는 벼는 고개를 숙이지 마라
아마추어 아빠, Father 아닌 father가 되고 싶다
설렘은 불안의 다른 이름이다
이렇게 인상적이고 생각나는 문구들. 이외에도 민족에 대한 개념인 ‘상상의 공동체’, 저자가 좋아하는 술, 장(챕터)마다 나오는 노래 문구 그리고 애틋한 친구를 향한 그리움 등 쉽게 지나치기 힘든 기록들이 많았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중간에 저자는 이런 말을 했다. 남을 비교하면서 성장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어제의 나보다 성장하겠다. 다 읽고 나서 솔직히 그 말이 남들 다하는 싫증 난 말처럼 들렸다. 하지만 다시 책을 훑어보면서 앞서 인상적인 문구들도 생각났지만 ‘성장’이라는 단어가 계속 생각났다. 앞서 말했듯이 난 지금도 강함 무력감을 느낄 때가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소박한 텃밭을, 세상의 멱살을 잡고 조금씩이나마 끌어가며 나날이 갈아보기로 하자. 거기서 어떤 싹이 돋아나고 어떤 열매와 만나게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설령 싹이나 열매를 못 만나게 되더라도 실망할 일은 아니다. 더 나아진 모습으로 마주할 서로의 내일을 기약하자
솔직히 말하자면 이 문구가 내 무력감을 단번에 쫓아내지 않는다. 하지만 그래도 이 문구를 곱씹을수록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