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 알제리 나의 첫 다문화 수업 7
박연구원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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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제리'라는 나라는 익숙하지 않은 지명과는 달리 생각보다 우리와 가까운 나라다. 알제리는 조르주 페렉의 <사물들>,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의 배경이 된 나라이기도 하고, 이브 생 로랑과 알베르 카뮈는 프랑스계 알제리 이민자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우리는(적어도 나의 경우는) 알제리의 문화를 프랑스의 문학이나 문화의 일부분을 통해서만 주로 접해 왔다.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의 배경인 사하라 사막과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의 배경이자 해안 도시인 오랑이 동시에 위치한(알제리는 아프리카 최북단에 위치한 국가이며,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국가이기도 하다) 매력적인 나라 알제리는 '눈부신 햇빛'으로 우리를 반겨 준다.

죽음이 눈앞에 있는 그런 상황에서 필기구 없이 자신의 피로 독립을 노래하는 시를 썼다는 건 얼마나 위대한 일인가.

알제리와 프랑스와의 연관성이(슬프게도 프랑스는 가해자가 되어 알제리에게 혁명가적 정신을 물려준다) 드러나는 부분은 '국가'이다. '카사망'이라는 이름의 국가는 '서약'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이육사 시인으로 비유할 수 있는 인물인 독립운동가이자 시인인 무프디 자카리아는 <글을 쓸 펜조차 없던 상황에서 감방 벽에 자신의 피로 가사를 썼다>고 한다. 이 책은 알제리의 숭고하고 아름다운 국가의 가사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큐알코드를 통해 알제리의 국가를 직접 들어볼 수 있도록 독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은 분명 이 책을 사랑할 것이라 생각한다. 알제리의 마스코트이자 <어린 왕자>의 주역인 사막여우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월드컵이 한창 벌어지고 있는 지금 알제리와 축구를 연관짓는다면, 알제리는 축구선수 지단의 고향이기도 하며, 알제리 축구 대표 팀의 애칭은 '사막여우들'이다.

분명히 '사막여우'라는 동물이 유명함에도 불구하고, 알제리는 우리나라보다 비록 기온이 높을지는 몰라도 매우 습하기 때문에 추운 겨울이 기다리는 장소이기도 하다. 알제리의 광대한 영토는 알제리의 기후를 하나로 설명하기 어렵게 만들기도 하고(단적으로 서울과 부산, 서울과 제주도의 날씨가 같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만큼 알제리를 다채롭고 매력적인 장소로 만들기도 한다. 건기와 우기가 반복되고 언제든지 비가 쏟아질 법한 겨울이 기다리는 북부와는 달리, 알제리 남부에는 비가 거의 오지 않는다(알제리 역시 최근 기후 이상의 여파를 맞고 있다고 한다). 여름의 경우, 알제리 북부의 최고 기온은 47도, 남부의 최고 기온은 50도이며 햇빛이 워낙 강해 얇고 긴 옷과 선글라스가 필수이다. '사막'하면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처럼 남부에는 모래폭풍이 불기도 한다.

알제리의 도시는 대표적으로 알제와 오랑이 있다.

수도 알제의 경우 서울과 같이 높은 인구 밀집도를 자랑한다. 대중교통의 사정은 좋지 못해 사람들은 주로 택시나 자가용을 이용해야 하며, 프랑스 식민 지배의 흔적으로 시내에는 프랑스식으로 지어진 관공서들이 전통적인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들과 뒤섞여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소설 <페스트>의 배경이자 자유롭고 개방적인 분위기를 자랑하는 항구 도시 오랑은 스페인과 오스만 제국의 지배를 번갈아가며 받은 탓에 여러 문화가 공존하고 있다. 항구 도시 오랑은 알제리의 경제적 요충지이기도 하며, 다른 나라와 활발히 교류가 이루어지는 만큼 개방적인 분위기를 자랑한다.

역사학을 전공하면서 <카르타고>라는 나라에 대해서는 수도 없이 들어봤고 지도로도 많이 접해봤지만, 카르타고가 현대의 알제리에 위치하는 곳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포에니 전쟁은 1차, 2차, 3차로 나뉜다. 로마의 시칠리아 탈환을 위한 1차 전쟁과 알프스 산맥을 넘은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지금은 '양들의 침묵'에 나오는 빌런의 이름으로 아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과 로마의 장군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가 등장하는 2차 전쟁은 전부 로마의 승리로 끝난다. 사실상 카르타고를 섬멸하기 위하여 로마가 구실을 만들어 발발한 3차 전쟁은 카르타고가 완전히 멸망하면서 막을 내린다. 이후 북부 아프리카 지역은 로마에 귀속되며, 이후 이 지역은 이슬람교가 유입되고 스페인과 오스만 제국의 지배 하에 놓이게 된다.

프랑스의 알제리 지배는 '후세인 데이 부채 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 섭정 후세인(후세인 데이)은 프랑스가 알제리에게서 진 빚을 받아내고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납득할 수 없는 제안을 받고 결국 프랑스 영사인 피에르 드발의 뺨을 부채로 치게 된다. 프랑스는 이 사건을 구실로 삼아 알제리에 군대를 보내고 알제를 점령하기에 이른다. 1834년에 알제리에 프랑스 총독이 임명되면서 알제리 정복 전쟁이 열린다. 이때, 알제리군은 프랑스군의 압도적인 기술적 우위를 게릴라전이라는 전술을 통해 극복하게 된다. 결국 알제리는 알제리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지역의 자치권을 인정받는 '타프나 조약'을 맺으면서 전쟁에서 사실상 승리하게 되나, 프랑스군은 1842년부터 1872년까지 알제리를 향한 손길을 뻗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책에는 '프랑스에게 알제리는 영국의 인도와 같았다'는 표현이 나온다. 프랑스는 알제리를 '프랑스의 일부'로 융화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이는 제도에 한정된 것이었지 알제리 국민을 향한 것은 아니었다. 알제리인들은 수도 없이 부당한 차별에 시달려야만 했다. 제 1, 2차 세계대전에서도 알제리 국민들은 프랑스를 위해 참전할 것을 요구받았고 희생당했다. 그러나 제 2차 세계 대전에서 프랑스가 승리한 뒤에도 독립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결국 1954년 11월 1일 알제리는 독립 전쟁을 시작한다. 결국 알제리의 독립은 샤를 드골의 등장으로 인해 1962년 3년 에비앙 합의를 통해 이루어지게 된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독립은 많은 혼란을 초래했다. 친프랑스계 사람들(하르키)은 프랑스 정부에 협조했으나, 알제리인의 멸시를 받는 것은 당연했고 프랑스로부터의 보호는 조금도 받을 수 없었다. 1962년에는 알제리에 거주하는 프랑스 출신 사람들(피에누아)가 학살당하는 '오랑 학살 사건'이 발생하기도 한다.

알베르 카뮈의 소설 속 알제리에 대하여 잠깐 알아보자면, <이방인>에는 알제리의 날씨가 등장한다. 강렬한 햇빛이 내리쬐는 바닷가나 무덤가로 향하는 길 자신을 따라오는 뜨거운 태양처럼 말이다. 뫼르소는 살인 동기를 "햇빛이 눈부셔서"라고 말하며 자신을 변호하지 않는다. 그는 진실하기에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한다. <페스트>에 대해 첨언하자면, 실제로 오랑은 1849년 콜레라로 인해 많은 사람이 사망한 일이 있었고, 카뮈는 '흑사병'이란 소재를 통해 소설을 집필했다고 한다.

알제리라는 낯설고 익숙한 나라를(한 나라에 대한 지식은 방대할 수밖에 없다) 편안한 문체의 책으로 접하고 가까워질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여긴다. 알제리에 대한 친밀감을 이 책을 통해 많이 쌓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이 시리즈는 현재 올림픽이 열리는 나라인 '카타르'에 대하여도 서술하고 있으니(또한 알제리에 대한 내용 중에도 축구에 관한 지식이 많이 포함되어 있으니), 알제리를 알고자 하시는 분 외에도 축구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즐겁게 읽으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슬픈 역사를 지닌 아름다운 나라, 대문호의 작품의 영감이자 배경이 된 나라 알제리를 직접 방문해 볼 날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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