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 대한 리뷰를 쓰는 건 참 어렵다고 느끼는 게, 이 부분이 좋다고 올리면 저작권을 침해하게 되고, 이 부분을 올리지 않으면 내가 원하는 만큼 영업이 안 되고... 내가 좋아하는 시의 제목을 적어보자면, <입장모독>, <역사와 신의 손>, <삼각형>, <진짜 눈물을 흘리는 진짜 당근>, <끝>, <도끼를 든 엉덩이가 미친 사람>, <그는 아직 미치지 않았다>, <프로타주>, <그녀들> 등이다. 제일 좋아하는 시는 <역사와 신의 손>일 것이다. 아마도...... 이 시집에서 마음에 곧잘 와닿고 환상적인 시는 너무나도 많으니까...... 개인적으로는 즐거운 수수께끼 같은 부분이 있는 이 시집을 처음 펼치시는 경험을 하시는 걸 추천하므로 여기서는 최대한 개인적인 감상을 위주로 쓰려고 한다.
<입장모독>의 경우, 시 속의 '우리'와 현실의 우리는 동일시되어 여전히 일종의 '구원'을 기다린다. 모티프로 쓰인 '빵'은 흔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일지라도 많은 혁명에서 '기본적으로 먹고 살 권리', 즉 '기본권'을 통칭하는 말의 토대로 쓰였다. 빵이라는 단어는 그만큼 가볍고, 절실하며, 직관적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며 반성 중 가장 치명적이라 여기는 부분은 4번, 7번, 9번, 10번, 12번이다. 시에서는 사회에서 요구하는 다양한 인간의 덕목과 이에 따른 부작용이 제시된다. 격동기의 지식인이 지독한 회의주의자로 변모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때, 그 잘못의 종류와 관계없이, 우리는 영영 구원을 얻지 못하고 기다리는 무력하고 두려움에 처한, 피동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다.
<역사와 신의 손>의 경우, 시에서는 '역사' 가 매우 단순한, 혹은 단조로운 단어의 나열로 표현된다. 이는 역사의 잔혹성과 반복성을 부각한다. 역사가 남긴 것을 한 단어로 섬찟하고 날카롭게 묘사한 이 시는 모든 이들이 겪는, 혹은 겪어야만 하는 갈망과 절망을 동시에 나타낸다. 시가 진행될수록 흘러가버린 역사와 이미 흘러가버린 피에 대한 무심함 혹은 무신경함은 단순한 행동으로 드러난다. 이를 알고 싶어하는 자가 짊어져야 할 무게는 진리와 책, 그리고 신의 존재를 동시에 표현하면서 일상적이고 강렬한 이미지를 선사한다. 도서관에 대한 시인의 특유의 사랑 역시 이 시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나도 도서관에서 이 서평을 작성중이다).
<진짜 눈물을 흘리는 진짜 당근>은 묘하게 위로를 선사해주는 시이다. 누구나 경험해 봤을 과거 회상과 당시의 어리숙함 혹은 슬픔을 지우고 싶은 마음. '당근'이라는 소재는 문보영 시인의 글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이다(문보영 시인은 종종 상상력이 넘치는 발랄하고 명랑한 소재를 끼워넣곤 한다). 고등학생이 되고 난 후부터(되기 이전이었나?) 지금까지 불면증으로 쭉 고생을 하고 있는데, 잘 자라는 말에는 언제나 위로를 받고, 심지어 반하고 만다. 천사들이 접는 건 미숙했던 과거였을까, 지나간 슬픔이었을까.
<도끼를 든 엉덩이가 미친 사람>은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죄와 벌>혹은 영화 <샤이닝>을 연상시킨다. 어찌 보면 단순한 구조로 이루어진 이 시는 오히려 이를 이용해 단박에 그 제목을 드러낸다. 비현실적인 특징을 가진 이 인물은 그렇기에 마음껏 감정과 사상을 토해낼 자유를 갖는다 - 그 부분에서 황폐함과 카타르시스를 동시에 느꼈다. 그는 끊임없이 현실을 벗어나고자, 혹은 안정을 되찾고자 한다. 이 시의 결말은 꼭 황폐한 겨울과 희망을 동시에 다룬 연극 같다.
<그녀들>에는 작가가 아끼는 세 명의 시인이자 시집에 종종 등장하는 인물인 앙뚜안, 스트라인스, 자말이 다시 한 번 등장한다. 그들은 사람이 일반적으로 두 부분, 즉 '영혼과 육체'라고 규정되었다는 정의를 자신들 나름대로 해석하고자 시도한다. 지말의 외침은 자유로운 상태와 매여있는 상태, 스트라인스의 멈춤은 억압당하는 자와 억압하는 자를 상징한다. 즉, 두 사람의 정의에 따르면 우리는 사회에 의해 중간에 '끼여있는', 어떻게 보면 '어느 한 입장에 속할 수 있는' 계층이 된다. 앙뚜안의 대답을 보면, 자신이라 정의한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모여 한 사람이 된다. 나는 여기서 앙뚜안의 답이 결이 약간 다르다고 느꼈는데, 앙뚜안의 정의한 사람은 사회적이기보단 상대적으로 개인적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느끼는 '나'와 타인이 느끼는 '나' 사이에는 별 수 없이 괴리감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타인의 눈으로 자신을 종종 발견하곤 한다. 하지만 '사람'에 대한 정의는 '집', 즉 사회의 아픔 앞에서는 슬프고 배부른 걱정일 뿐이다.
지금까재 각 장에서 한 편의 시를 뽑아 각각 리뷰를 써 보았다. 문보영 시인님의 시는 통통 튀는 소재와 지극히 철학적인 사유를 어우른다. <책기둥>을 읽다 보면 발랄한 문체에 나도 모르게 웃음을 짓다가도, 시가 생각거리를 던져줄 때면 몇 번이곤 페이지를 되풀이해서 읽게 된다. 많은 시를 접해보신 분들께서는 다양한 고민을 할 수 있는 이 시집을 분명 즐겁게 읽으실 수 있을 것이다. 시를 처음 접하시는 분들도 밝은 문체를 통해 특유의 '사랑스러움'에 푹 빠지실 거라고 생각한다. 문보영 시인님께 다시 한 번 사랑과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토끼는 언제나 마음속에 있어> 너무 재밌었어요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