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시간 - 앙굴렘 국제 만화 페스티벌 제43회 공식 선정작
델핀 파니크 지음, 이나무 옮김 / 초록서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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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학생들은 ‘전쟁’이라는 단어에 대해 적군을 상대로 승리한 아군의 멋진 모습을 상상하거나, 용맹하게 선두를 달리며 병사들을 지휘하는 장군이나 영웅을 쉽게 떠올려서인지. 또는 비행기나 탱크 등 신식 무기를 마구 쏘아대며 적진을 시원시원하게 파괴하는 영상에 익숙해져버려서인지. 특별한 거부감이 없다. 좋아하거나 멋지다고 수식하며,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인 국제 분쟁이나 대립 등에 대해 “그냥 전쟁으로 이겨버리면 되죠.”라고 가볍게 말하곤 한다.

그런 학생들에게 실제 전쟁의 참상을 이해시키는 방법으로 가장 적절한 것이 바로 역사 매체가 아닌가 한다. 20세기 이래 실제 전쟁 촬영물이나, 최대한 고증을 잘해서 현실감 있게 전쟁을 묘사한 영화나 다큐 등의 영상물도 쉽게 구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영상을 보는 것이 불편한 학생도 있고(당장 내가 그렇듯), 전쟁의 참상을 이해한다는 목적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학생들이 조금 더 쉽고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는 대안이 있다면 그것은 보통 만화책이나 동화책을 활용하는 것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전쟁의 시간>이라는 책에 조금 관심을 가질 만하다. 이 책은 1차 세계대전 발발 후 후방에서 고군분투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가볍고도 묵직하게 표현한 그래픽노블이다. 굳이 만화라고 표현하지 않고 ‘그래픽 노블’이라고 지칭한 것은 그림을 활용한, 말 그대로 ‘노블(소설)’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많은 배경지식이 필요하리라.

그래서인지 내가 맡고 있는 15세 학생들에게 쉽게 읽힐 도서는 아니다. 다소 축약/함축적이거나 혹은 비유/은유적이거나, 한편으로는 학생들의 연령대에 맞지 않는 표현이라던가. 만약 수업에 활용한다면 일단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전쟁이 자신과는 무관한 일이라 여기는 학생들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직접 전쟁에서 싸울 일이 없다고 여기며 무관심한 여학생들에게는, 후방에서 고군분투하는 여성들과 아동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현대전의 특징을 잘 일깨울 수 있을 것이고 남학생들에게 또한 전쟁이 남성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을 깨트림과 동시에 전쟁의 참상을 보다 깊이 깨닫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 외에도 당시 전쟁을 직접 겪었던 사람들의 일화들을 활용한 다양한 매체와 자료들이 있을 것이다. 그 사료들을 학생들로 하여금 읽게 하고, 이 책과 같이 만화나 동화로 그려보게 한다면 학생들이 자료를 조사하고 표현하는 과정에서 전쟁을 겪는 당사자의 입장에 많이 공감할 수 있는 수업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재밌다고 말할 순 없는 책이었지만, 전쟁의 참상을 가르치고 이해시키는 수업을 구성하는데 큰 아이디어를 주었다는 점에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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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는 미술관 - 어린이를 위한 첫 번째 인권 수업
박민경 지음, 서예원 그림 / 그래도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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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기가 시작된 후로 정신없이 굴러간 3월이 마무리될 쯤, 잊고 있던 서평 이벤트를 급하게 떠올리게 되었다.

부랴부랴 읽고자 꺼내든 책의 제목은 바로 [ 사람이 사는 미술관 ]

아직 시도해보지는 않았지만, 학생들이 직접 시대, 또는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나 주제 등을 선정하고 이와 관련 있는 유물이나 작품을 찾아서 전시를 해보는 활동을 한다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 적이 있었으므로, 그런 전시의 의미에서는 제법 관심이 가는 책이기도 하는 한편으로, ‘미술관이라고 한다면 다소 생소한 감도 있었다.

미술 작품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을뿐더러 먼저 흥미가 생기는 분야도 아니었으며,

역으로 흥미를 갖고자 해도 흥미가 느껴지기 위해 알아야 할 배경지식이나 사전 정보의 양에 압도당해 결국은 시작하기도 전에 포기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으므로 결론적으로 같은 전시 공간이라도 미술관박물관보다는 어색한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미술을 피할 수 없는 것이, 역사를 가르치다 보면 결국 그 시대의 문화를 다루게 되며, 문화에서 가장 쉽게 떠올리는 것이 바로 그림 아니던가.

교과서에 실려있는, 각 시대를 대표하는 거장들의 미술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이것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아이들은 이런 위대한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느낄지. 사실 나조차도 작품에 대한 접근 방향을 아직 알지 못하는데, 아이들에게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그래서 항상 문화사 수업은 긴장의 연속이었고. 어느 순간부터는 간단한 그림 감상 후 학습지 빈칸 채우기 시간이 될 뿐이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암기할 역사가 추가된 것은 말할 나위 없고.

이런 생각이 떠오르는 와중에 결국 천천히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책이어서 그런지, 표현이나 문장의 호흡이 길지 않고 간단했다. 내용 구성은 우선 유명 화가의 작품을 안내하며 이 작품이 그려진 당시 시대의 상황이나 이 그림에 담긴 의도 등을 소개한다. 그 후 이와 관련하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거나 최근 사회에서 큰 논쟁거리가 된 인권 문제를 자연스럽게 언급하고 인권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방식으로 매 장을 마무리하여,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그림에 대한 지식과 더불어 다소 어렵거나 추상적으로만 느껴지기 쉬운 인권이라는 개념이 우리의 삶과 직접적으로 닿아있으며, 주변에서 쉽게 찾아낼 수 있는 친숙한 것임을 깨닫게 해준다.

실린 그림 작품으로는 김홍도, 모네, 고흐, 반 에이크와 같은 유명 작가의 그림도 있지만, 한편으로 교과서에서도 잘 언급이 되지 않거나 들어본 적 없는 작가의 작품도 있었다.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작가라는 것은 (내가 관심이 없기도 하지만) 상대적으로 유명함이 덜하다는 것을 의미하겠지만, 그런 부족한(?) 유명세와 무관하게 모든 그림이 다 각자의 개성을 뽐내고 있었다.

그리고 사실 이 책에서 가장 좋다고 느낀 점은 바로, 예술과 삶이 괴리된 것이 아니며, 오히려 현재의 삶이 예술이라는 방식으로 재창조되기도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 것이다. 예술은 결국 표현 행위다. 그리고 그 예술이 표현하고 알리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집중한다면, 아이들에게 그림을 보여주면서 할 수 있는 말이 훨씬 많아질 것 같았다.

특히 인권이 지켜지기는커녕, 무시되기 일쑤인 여러 사건을 접하는 아이들은 인권을 지켜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한편으로 일상에서는 인권과 거리가 먼 언행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있다. 이런 아이들에게, 마치 기계처럼 인권을 지켜야한다라고 외치게 만드는 교육이 아닌, 진심으로 느끼고 실천하게 만드는 교육이 되기 위해서는 학습자들의 수준에 맞으면서도 흥미를 돋울 수 있는 소재로부터 인권 이슈를 끌어와야 한다. 그리고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이 미술 작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내 마음을 끌었던 것은 플로리스 아른트제니우스 작, <성냥팔이 소녀>였다.

나도 산업혁명에 대해 가르칠 때마다, 항상 짤막하게 동화[성냥팔이 소녀]를 이야기하며 아동 노동의 문제점을 이야기해 주곤 한다. 이때까지 항상 내가 해오던 이야기인데, 그것이 이 책에 소개되어 있으니 너무나 반가웠던 것이다.

이 책에는 실제 그 당시 아이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에 부닥쳐 있었는지도 알려주고 있었으며, 특히 그 모습이 그려진 미술 작품이 소개되어 있다는 점에서 학생들의 관심을 더 크게 끌어내기 좋다고 생각했다.

그 외에도, 여러 미술 작품으로부터 상상하지도 못한 대한민국의 인권 이슈를 연결시켜, 아이들로 하여금 인권에 대해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한 내용 구성이 매우 참신하고 좋았다. 이 책에 실려있는 작품을 활용할 뿐만 아니라, 다른 작품에도 혹시 다루어볼 만한 인권 소재가 없을지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덧붙여, 이 책에는 주로 근대의 서양화가 대종을 이루고 있다. 물론 한국화도 한 점 포함되어 있으며 유의미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역시 양과 질에 있어서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긴 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든 인류는 자신의 권리를 지키고 보장받기 위해 투쟁해왔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문득, 유럽 및 서양이 인권 향상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고 생각하게 되어버리는 것은 아닐까-하는 쓸데없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물론 나의 사소하고 쓸데없는 노파심이겠지만)

이왕이면, 다양한 문화권의 작품을 다루길 바라고. 또 더 나아가 미술뿐 아니라 조각이나 건축과 같은 다른 분야의 예술에서도 인권의 요소를 찾아낼 수 있도록 하여, 우리가 살아 숨쉬는 이 공간의 모든 과정에서 인권 획득을 위한 투쟁의 역사가 서려있다는 것을 깨닫게되는 날이 오길 바란다.

-이런 생각을 들게 한, 이 책에게 감사하며. 이 책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에 또다시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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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BL] 천추 8 (완결) [BL] 천추 8
몽계석 / 명왕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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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또는 번외편이 있다던데요? 그건 언제 나온다구요?
하여튼 이것은 저의 인생작이엇습니다…
남북조 말기 실존 역사를 활용한것도 흥미로웠고 모든 인물이 마음에 드는데다 글도 잘 읽혔어요. 과하지 않고 담담 차분한 극중 분위기가 최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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