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을 품은 야구공
고동현 외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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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을 하는 지하철 안, 유난히 사람이 많고 수상쩍은 음식 냄새가 진동을 한다면,

특히 치킨을 포장해가는 사람들이 많다면 바로 그날은 프로야구 경기가 있는 날.

어느 구단에도 뒤지지 않는 열정과 팬심을 가진 롯데자이언츠의 팬들이기에 마음은 이해되지만

좀 더 잘하면 좋을텐데, 늘 마음이 그렇다.

사직동으로 이사오면서 가까운 거리에 야구장이 있어 좋겠다는 얘기를 참 많이 들었다.

야구장 근처에 살아서 좋은 사람은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일,

나의 관심사는 오늘 경기가 있나 없나, 마트에 너무 사람이 많지는 않을까 뭐 그런 잡다한 관심에

오히려 귀찮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수준이었다.

 

 

그래도 관심이 전혀 없을 수는 없는 일.

아무래도 순위가 높으면 함성은 더 커지고 사람들이 더 많이 몰려들게 된다.

지근거리에 야구장을 둔 덕분에 와와~ 함성이 들리면 슬쩍 야구 채널로 돌려 스코어를 확인해본다든가,

펑펑 불꽃놀이가 시작되면 경기가 끝났다는 것을 알게 되어 또 스코어를 확인해보게 된다.

나에게 야구 = 롯데 자이언츠의 운명이지만 그 덕에 야구에 일자무식은 아닌 터,

야구와 수학의 관계는 어떨지 흥미로운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야구는 다른 스포츠에 비해 상대적으로 단순하다.

야구는 기본적으로 수비수들을 제외하면 투수와 타자의 11 승부다.

투수와 타자의 승부에서는 공간 변수가 없다. 투수가 던지면 타자는 치면 되는 단순한 상황이다.

그리고 공격 팀과 수비 팀이 확실히 나누어진 턴제 방식의 경기로 다른 스포츠에 비해 변수가 적다.

그렇기 때문에 수치화가 용이하다.

 

축알못이지만 야알못은 되지 못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공격과 수비가 명확하고 공을 던져 타자를 아웃시키는 장면도 다른 설명이 필요 없다.

투수와 타자의 일대일 승부이기 때문에 수치화가 용이하다는 것.

그래서 야구에는 좀 더 과학적인 분석이 가능하다고 한다.

 

 

한해가 시작될 때마다 예상순위를 발표하는 것을 보게 된다.

전력을 분석한 결과로 사실 잘 안 맞는 경우도 많지만

단순해보이는 예상순위 발표에도 수많은 통계가 숨어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화 "머니볼"에서는 스카우터의 눈과 감이 아닌, 데이터를 바탕으로 팀을 꾸린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스토리를 선보인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야구의 미래를 좀 더 일찍 이야기한 것이라고나 할까.

데이터에 지배당하는 야구가 아닌, 야구를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라고 한다.

다른 스포츠에 비해 숫자를 제일 많이 사용하며, 전광판과 야구 관련 앱을 통해서도

많은 숫자를 만날 수 있다고 했다.

스포츠신문을 보면 빼곡하게 적혀 있던 데이터들.

나는 그것들을 등한시했지만 야구 팬들에게는 소중한 기록이 되고 있었다.

야구 해설자와 캐스터에게만 이런 기록이 제공되는 것이 아니자보니

일반 팬들도 충분한 정보로 그럴듯한 예상을 내놓을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기록들도 의미있지만

이 책에서는 재미있는 숫자들도 많이 제시해주고 있다.

보통 홈경기와 원정경기의 숫자는 같다고 알고 있는데,

그렇다면 각 구단이 움직인 거리는 어떨까?

구단별 이동거리와 선수들의 컨디션은? 그리고 순위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생각해보니 이런 연구는 꽤 의미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10개 구단의 공정한 이동거리를 위해 통계물리학까지 동원되는 것을 보니

과학적인 스포츠의 길이 참 멀고도 험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야구나 축구를 보면 다들 감독이 따로 없다.

아니 이 타이밍에 쟤(!)를 내 보내면 어쩌냐,

지금은 대타를 써야지, 대주자를 써야지 하며 훈수를 둔다.

내가 정말 감독이라면? 감독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선수 기용일 것이다.

선수를 적정한 순서로 투입하는 것, 경기의 흐름을 이끌어갈 수 있는 초석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모든 것에는 데이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우리도 익히 잘 알고 있지만 1번에는 발이 빠르고 출루율이 높은 선수를 배치한다.

황금타선인 3,4,5번은 득점력이 높은 선수를 배치한다.

수비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어떤 선수를 어떤 포지션에 쓰느냐에 따라 경기의 흐름이 좌우된다.

 

 

이렇게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좀더 적극적으로 추진한 구단도 있다.

엄청난 크기의 전광판 빅보드를 설치한 인천SK행복드림구장이다.

적절한 화면구성뿐 아니라 상세 기록까지 전달한다는 빅보드.

관중들은 보다 디테일한 기록을 함께 보며 경기를 한층 더 깊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다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각, 사직구장에서 "와와"하는 함성소리가 들린다.

현재 스코어 11:1

함성소리가 들릴 이유가 별로 없어보이는데 참 재미있는 사람들이 바로 롯데 팬.

승패를 떠나 정말 야구를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 모여서 그런걸까.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알고 지나가도 좋을

수학으로 푸는 야구, 과학적 데이터 분석을 통한 야구의 비밀에 관한 책,

<수학을 품은 야구공>이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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