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도시 타코야키 - 김청귤 연작소설집
김청귤 지음 / 래빗홀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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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육지를 잠식시킨 세상, 빙하가 녹아 인간은 설 곳을 잃은 채 바닷 속에서 살아간다. 책에 수록된 단편들의 미래는 모두 바다에 잠긴 상태다. 하지만 세계는 변해도 인간은 여전히 이기적이다. 그 틈에서 인간성을 상실하지 않은 어떤 돌연변이들이 삶을 헤쳐나간다.

“또 나쁜 생각 하고 있지?”
“내가 뭘?”
“네 얼굴만 봐도 다 알아. 슬픈 생각, 나쁜 생각, 너를 갉아먹는 생각을 하고 있잖아”

발전은 인간의 편리함을 위해서라지만, 나는 세상이 한층 더 발전할 때마다 되려 불안하다. 진정 인간만을 위한 일, 아니 실은 인간을 위한 것도 아닌 일들일 때가 많다. AI가 당연해지는 시대, 챗gpt가 글을 쓰고, 해결책을 내놓는 시대에서 우리는 점점 편리하고 빠른 효율만을 좇는다.

“바다는 평등하고 기술은 잔혹하며 진화는 참혹하다”

인간이 도구로 전락할 때, 따뜻함은 사라지고 필요한 기술을 가진 사람만 살아남는 세상, 생각만 해도 차갑고 무섭다. 언제나 자연 속에 인간이 속한다는 것을 우리는 망각하며 산다. 인간이 자연을 뛰어 넘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결국 바다 앞에서는 모두가 공평하다. 그렇게 자꾸 인간성을 상실한 채 달려나가다 보면, 인간이 만든 돔도 깨지기 마련이다.

“그거 알아요? 문과 루나는 다 달을 뜻해요. 그러니까 손님이랑 내 이름의 본질은 같다는 거죠”

그렇지만, 소설 속 존재들은 멸망 속에서 일말의 희망이라도 붙잡는다. 퍽퍽한 단백질바만 먹다가 쫄깃한 문어가 들어간 타코야키를 맛본 것처럼, 약간의 따뜻함을 느낀다면 다시 그 차가운 곳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 앞으로 가 돔을 부수고 나온다. 그를 춤추게 만든 타코야키의 맛, 일상 속에서 우리의 인간성을 상실하게 하는 것들을 경계하고 인간의 따뜻함에 한 발 더 다가가는 것. 아무리 땅이 물에 잠긴 지구의 해저도시에서 살아간들, 우리 스스로는 세상에 잠식되지 않고 타코야키 한 입에도 춤출 수 있다는 희망의 이야기다.

“우리는 멸망과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지만, 그래도 웃는 날이 더 많을 거라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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