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플소프 - 에로스와 타나토스 현대 예술의 거장
퍼트리샤 모리스로 지음, 윤철희 옮김 / 을유문화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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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플소프의 예술적인 신조는 항상 "예전에는 절대 본 적이 없는 방식으로 사물들을 보는 것'이었다.'

#현대예술의거장 #메이플소프가 지나온 연대를 눈으로 읽는 일, 한 시대를 흔들어 놓고 흩뜨릴 수 있었던 그, 그리고 그를 둘러싼 세계에 대한 궁금증으로 책을 펼쳤다. 

미국의 포토그래퍼, 메이플소프는 흑인 남성 누드, 동성애, 에이즈 등 동시대에 금기시되 주제를 끊임없이 사진에 담아냈다. 특히 남성의 에로티시즘에 집중했다. 하지만, 메이플소프를 이렇게 간략한 한 문장으로 설명하기에 그의 삶과 그가 속했던 시대는 너무나 방대하기도 했고, 격변의 시대이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메이플소프의 '평전'이 더 반갑게 느껴졌다. 한 사람의 연대를 역추적하며 그가 지닌 예술성, 그가 고군분투해 온 시대라는 '컨텍스트'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성애에 집중한 미국의 포토그래퍼'라는 텍스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평전' 속 컨텍스트를 이해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평전은 한 사람의 인생을 번역함으로써, 그 '시대'를 번역해본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여기저기서 도전을 받는 메이플소프의 작품이 수십년간 여전히 '논란'속에 있고, '유명'하다는 것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있을까.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여전히 편견, 그리고 틀안에서 본능을 가로막히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고, 모두가 메이플소프처럼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관습을 거스르는 예술 행위를 하라는 메시지는 아닐 것이다. 

그저, 나의 삶 그리고 우리의 삶 속에서 내가 생각했던 것이, 맞다고 믿다는 것이 진짜 맞는지 돌아보는 삶의 태도를 말해주는 것 같다. 내가 눈에 보이지도 않는 어떤 도덕주의에 사로잡혀, 타인을 판단하고 나를 가두기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메이플소프가 동성애자로서, 사진작가로서, 예술가로서 분투한 시기는 공교롭게도 이 모든 역사가 급변하던 시대적 상황과도 정확히 맞물린다. 역사상 가장 아방가르드했던 1960년대의 시대 정신에도 불구하고, 사진은 '발견된' 이미지를 다룬다는 이유러, 작가의 상상력과 역량이 덜 개입된다는 이유로 순수 예술로 인정받지 못했다. 이 시기 동성애자들의 권리 역시 예술가로서의 사진과 비슷한 대우를 받았다. 이래저래 68혁명이 주장한 인간적인 유토피아는 멀고도 먼 이야기엿다.'


메이플소프의 평전이 유의미한 이유는 
'금기의 시대'는 지속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앞을 가로막는 무언가가 있다. 우리가 인식할 때에도, 혹은 인식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금기'는 세상에 의해 지속된다. 메이플소프는 그 본질을 꿰뚫어 보았다.


'그는 흑백 사진의 대가였지만 그의 인생에서 흑과 백으로 명확히 갈리는 건 결국에는 하나도 없었다. 그의 인생 전체는 탁했고, 잿빛이었으며, 도덕적으로 모호했다. 이런 그의 죽음은 한 시대가 황혼기에 접어들었다는 신호탄이었다.'


책을 덮으며 다시 한번 질문해본다. 사회 질서에 순응하지 않고, 외설 속에 둘러싸인 메이플소프가 진짜로 '그렇게만' 평가될 수 있는지 말이다. 격정의 시대 속에서 틀에 종용되지 않고, 끊임없이 도발했던 그의 삶을 보며 내가 할 수 있는 일, 내가 깨부수고 나와야 할 일은 무엇인지 끊임없이 묻고 답해야 할 것이다. 빛이 나오기 전이 가장 어둡다고 하지 않나. 메이플소프는 그런 어두움 중에서도 가장 어두운 시대에 살았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어두운 시대를 지나고 있지 않은가. 밝고 빛나는 세상이라기에 뚫고 지나가야 할 금기들은 너무도 많지 않은자 계속해서 반문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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