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묵묵한 돌이, 빛이 되어주기

녹색 광선 ㅣ 꿈꾸는돌 43
강석희 지음 / 돌베개 / 2025년 9월

<녹색 광선>이라는 강렬한 제목의 소설책을 받고 보니 책 제목에 걸맞게 표지 그림이 내가 좋아하는 녹색과 빛으로 가득하다. “외롭고 상처받은 이들에게 따스한 온기를 전하는 소설”이고, “누군가를 돌볼 여력이 없는 사람들이 서로의 삶에 희망을 비추는 이야기”라는 책 소개 글에 관심이 생겨 서평단 신청을 했다. 돌봄 이야기에는 언제나 관심이 간다.

<녹색 광선>은 강석희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로 작가는 201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거쳐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내일의 피크닉>, <꼬리와 파도> 등을 발표했다. 현직 국어 교사로 창비교육 성장 소설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녹색 광선>의 주인공 연주는 친구들 사이에서 상처받고, 완벽을 추구하다 특목고 입시에도 실패하며 점점 마음을 닫고, 섭식 장애를 겪게 되고 학교 밖 청소년이 된다. 연주에게는 지체 장애를 겪으며 사회적 차별을 감내하고 장애인 이동권 운동에 참여하는 이모 윤재가 있다. 어느 날 산책길에서 연주는 들고양이 밤이를 만나며 밤이를 돌보는 자신이 되기로 마음먹는다. 친구들에게서 상처받았지만, 또 다정한 친구들, 생활 트래핑 친구들과 정기적으로 만나며 뚝 떨어지며 가라앉는 마음을 받아 내는 연습을 하며 친구들과 관계를 이어나간다. 연주는 또 이모와 함께 살게 되면서 이모의 외출이 자신이 상상하지 못한 과업이었음을 깨닫고 이모의 고통을 이해하게 된다. <녹색 광선>은 상처와 차별 속에서 돌봄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며 각자의 아픔을 껴안으며 서로 돌보는 이야기이다. 내 주변에 묵묵같은 따뜻한 돌멩이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나도 까맣고 따뜻한 돌멩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작가가 현직 교사여서인지 청소년들의 가라앉는 마음, 떨어지는 마음에 대한 이해와 묘사가 실감나게 표현되었다고 생각했다. 연주 곁에 상처 주는 친구만 있지 않아 다행이었다. 연주가 밤이를 돌보기 위해, 생활 트래핑 친구들과 만나기 위해, 끝내는 1인분의 식사를 하며 음식을 만들고 스스로 돌보는 모습이 좋았다. 이모와 친구들과 서로 돌봄을 통해 자신을 돌보는 모습이 녹색 광선처럼 눈부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