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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나의 3천 엔
하라다 히카 지음, 허하나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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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이제 2년 차 사회 초년생인 딸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을 발견하게 되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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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하지 않는다 (눈꽃 에디션)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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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괴로웠다. 내가 폭설이 내리고 바람 부는 제주 중산간에 있는 외딴집에 갇혀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 소설은 돌봄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왜 그렇게 답답했을까. 내게 돌봄은 답답함을 느끼게 하는 걸까.

 

더이상 돌볼 가족도, 일을 할 직장도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았다. (13)

 

<작별하지 않는다>는 돌보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화자인 경하가 자신에게 할당된 돌봄 역할이 끝난 후 죽음을 준비하면서 내 죽음 뒤의 뒤처리를 차마 부탁하지 못하고 죽지 못해 결국 스스로 돌봐야만 하는 이야기이고, 경하와 인선이 서로를 돌보는 이야기이다. 경하는 인선이 아끼는 새를 구하기 위해 험난한 길을 나서고 인선은 경하를 계속 생각하며 돌봐왔다. 그러기에 인선은 경하에게 새를 구해달라고 어려운 부탁을 한다. 또 인선이 눈처럼 가벼운 새를 돌보며 자신을 돌보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때 알았다. 인선이 줄곧 나를 생각해왔다는 것을,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가 약속했던 프로젝트를,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사 년 전 내가 꾼 꿈속의 검은 나무들을, 그 꿈의 근원이었던 그 책을. (57)

 

또 이 소설은 인선 어머니가 인선을 돌보고, 인선이 어머니를 돌보는 이야기다. 인선 어머니는 동생을 돌보고 동생의 행방이 묘연해진 후에는 그의 흔적을 쫓으며 계속 동생을 돌본다. 동생이 언니들이 저를 구해줄 거라생각했을 거로 생각하기 때문에. 인선 어머니는 인선 아버지를 돌보고 밥도 잘 먹으며, 실톱을 깔고 누우며 새들처럼 버티다 불현듯 횃대에서 툭 떨어진 거 아닐까. 필사적으로 버티다 퓨즈가 끊어지듯이. 필사적(必死的)이란 말은 쓰고 보니 죽음을 아우르는 말이었다. 돌봄을 받는 사람들이 돌보는 사람에게 천적은 아니지만 괜찮은 척 버텨내야 하는 건 똑같다. 그게 사랑이 무서운 고통이라는 뜻 아닐까.

 

건강해 보여도 방심할 수 없어. 아무리 아파도 새들은 아무렇지 않은 척 횃대에 앉아 있대. 포식자들에게 표적이 되지 않으려고 본능적으로 견디는 거야. 그러다 횃대에서 떨어지면 이미 늦은 거래(112)


아주 다르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다르지만은 않은 작은아버지의 이미지도 겹쳐진다. 6.25 한국 전쟁에 나가 돌아오지 못하고 뼈도 못 찾은 형의 유골을 찾아 국방부 유해 발굴 감식단에 여러 번 다녀오던 작은아버지. 매년 현충일 즈음이면 작은아버지와 찾던 묘지도 없던 국립묘지 분향소. 내년이면 구순인 작은아버지는 인지 저하를 겪는 중에도 국방부에 다녀오곤 했다. 작은아버지의 마음이 인선 어머니의 마음과 같은 것이었음을 이제 알겠다. 동생의 흔적을 찾아 헤매고 남편과 딸을 돌보다 분열증에 시달리고, 치매로 생을 마감하는 인선 어머니의 삶이 작은아버지와 겹쳐져 눈처럼, 물처럼 흩날리고 섞인다.

 

‘4.3’에 대해서 그동안 모르진 않았다. 오래전 소설가 현기영의 <순이 삼촌>을 읽었었고, 고구마를 한동안 못 먹었다. 2013년에 나왔던 오멸 감독의 영화 <지슬>도 영화관에서 봤는데, 눈발 날리는 추운 겨울 밖에서 발가벗고 벌을 받는 군인이 안쓰러워 자꾸 생각났다. 읽고 보는 것만으로 힘겨웠다. 그런데 이렇게 살아내야만, 함께 시간을 겪어내며 돌봐야 하는 삶의 무게는 얼마나 무거울까.

 

어느 날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눈 결정을 관찰한 적이 있다. 그냥 눈으로 보기에도, 아마 지금보다는 시력이 훨씬 좋았을 때였겠지, 정말 그림처럼 정교했다. 눈은 가볍지만, 또 얼마나 무거운가. 두껍게 쌓인 눈은 나뭇가지를 꺾고 지붕이 무너진다. 인선과 경하의 삶, 이렇게 오래 생각을 돌보며 글을 쓰고,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며 그 힘듦을 견뎌내야 한다는 건 얼마나 무거운 일일까. 약한 사람들을 돌보는 건 그들을 제대로 들여다보는 것이고, 시간을 함께하는 일이며, 약함은 작가 말대로 제대로 들여다볼수록 더 고통스럽다’(49).

 

돌봄이 끝나면 내게 남는 것이 무엇일까. 돌봄이 힘겹다고 답답해하지만 돌봄이 끝날 때 사는 것도 끝이리라. 그렇게 돌봄이 계속되어야 할 이유는 살아야 할 이유가 되고 새에게 물을 먹여야 하는 이유가 된다. 서로 돌보는 지극한 사랑 이야기로 이렇게 한 해를 매듭짓는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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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리커버)
심채경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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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다정하고 매혹적인 천문학자의 글이라니, 주간 문학동네의 연재될때부터 매주 아끼며 읽었던 글. 마음이 몽글해지고 내가 더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된 것 같아 읽는 내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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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자살은 가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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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2019 제43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김초엽 지음 / 허블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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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사랑스러운, 다정한 소설들을 읽는 내내 암담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 한편 재미난 이야기를 읽는 내내 즐거웠다. 수백 년 세월이 흘러도, 가까운 미래의 우주 정거장에서 우주 비행을 마음대로 하는 세상이어도 사람들이 하는 걱정과 불안은 지금과 똑같고, 물성을 가진 인간은 태어나고 죽을 것이다. 사람들을 배제하고 편견에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고 이 때문에 소수자들을 고통과 외로움에 빠지게 하는 것은 지금과 같을 것이다. “아무리 가속하더라도, 빛의 속도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한참을 가도 그녀가 가고자 했던 곳에는 닿지 못할 것이다라며 표제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서 작가가 이야기하듯이. 아무리 지금보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우리는 인간으로서 상상하고 만나고 기대하고 실망하며 살아갈 것이다. 동물과 대화하는 것을 상상하더라도 동물을 의인화해서 사람을 기준으로 생각하듯이, <공생가설>에서처럼 아기들이 어른과 다른 사고를 한다는 것도 어쩌면 어른들의 위계에 따른 생각 아닐까.

작가는 <관내분실>에서도 너무 귀여운 상상력을 보여준다. 우리의 기억이 뇌의 서랍에 고이 접혀져 있다 어느 순간 활성화되는 것처럼 (계속 개켜져있는 기억도 많다) 도서관에서 대출할 수 있는 죽은 사람의 마인드, 망자의 영혼이라니. 그럴 수 있다면 40여 년 전 돌아가신 엄마도 만날 수 있을까. 마인드 업로딩이 된다면 사람들은 아마 죽어서도 싸우고 갈등하고 있을 것이다. 죽은 사람의 마인드와 접속해서 나에게 왜 그랬냐?” 따지고 확인하려 했을 걸 생각하면 죽어서도 쉼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다다르고 스스로 소거되는 것을 원한 엄마의 선택이 이해된다.내 삶의 흔적들을 검색하면 나오는 결과물은 무얼까. 다시 세상에 소환되는 걸 엄마가 원했을까? “엄마가 하나도 없어로 흔적도 안 남는 걸 엄마도 원한 것 아닐까. 엄마에 대해서 모르는 게 너무 많다며 엄마의 흔적을 검색하는 건 한 번도 엄마를 이해해보려 하지 않았던 자신의 안타까움을 씻어내려는 딸의 욕망 아닐까. 의미 있는 흔적이라는 건 뭘까. 세상에서 성공적으로 30여년 넘게 이름을 가지고 살았어도 은퇴하는 순간 삭제되고 마는데, 아니 어쩌면 이렇게 숨고 싶었는지 모르겠는데. 우리가 타인에 대해서 안다는 건 뭘까. 얼마 전 오랜 친구는 내가 과거 자신의 직업적 경력을 잘 기억하고 있지 못했다는 이유로 도대체 자신에 대해서 아는 게 뭐냐고 아쉬워했다. 과거 자신의 직업적 경력을 잘 기억하지 못한 것이 그렇게 커다란 상처였을까? 나는 그와 함께 지난 가을 걷던 도시의 하늘빛과 호수의 물결을 기억하는 것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했는데. 처음에는 이해되지 않았다. 그러다 깨달았다. 그의 직업적 경력을 내심 무시하고 있었음을. 우리가 나 아닌 타인을 진정 이해할 수 있기는 한 걸까. 서로에게 가 닿을 수 있을까. 이렇게 서로 다른 행성으로 떠돌던가, 심해에서 웅크리고 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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