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은 재미있다 - 그림책의 다섯 가지 표현 기법
다케우치 오사무 지음, 양미화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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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눈

『그림책은 재미있다』(다케우치 오사무지음/양미화 옮김/문학동네 를 처음 본 순간 그림책을 ‘분석적으로 읽어야 한다’ 라는 필자의 말에 ‘왜 그래야 되지? 좋아하고 즐기는 마음만 있으면 되지 않나?’하고 응수를 했다.

하지만 책장을 덮는 순간 ‘분석적으로 읽는 것’이 얼마나 매력적이고 애정어린 노동인지 어렴프시 하게 알게 되었다.

 1장에서 6장까지 다양한 그림책의 표현에 대해 아주 자상하게 설명해 놓았다.

우선 시점의 문제와 연속성 그리고 글의 역할과 화자의 존재, 다양한 시간 설정을 고찰하며 그림책 읽기의 방법을 알려주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림책 속에 숨어 있는 나름의 드라마를 읽어내는 상상력을 가진 독자의 역할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단지 즐기는 것이 아니라 분석적으로 보기를 바란다. 이러한 자세는 그림책뿐 아니라 매체를 대상화하고 때때로 비판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 ....(중략)

세상사는 두 개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 현명하다. 물론 ‘이해하며 사랑하는’ 태도는 소중하다. 냉정하게 대상을 이해하면서도 한편으로 대상을 깊이 사랑하는 것, 이러한 접근 방법이야말로 대상과 자신의 관계를 향상시킨다고 확신한다. ..... 맹목적으로 빠져드는 것과 냉정하게 지켜보는 것, 둘 중에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은 위험하다. 그림책을 볼 때도 이처럼 이성과 감성이 유연하게 균형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

될 수 있으면 많은 그림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또한 이 책에서 나눈 이야기들을 각자 나름대로 깊이 생각해 보길 바란다. 그러면 반드시 지금까지는 보지 못한 새로운 무엇인가를 발견하게 될 것이고, 그림책과 더 멋지게 사귈 수 있을 것이다.(109면)


이 책을 읽고 '그림책이 더 재미있어졌는가?'라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하겠다.

다시 그림책을 들고 본다면 시점이나 연속성, 화자, 그림책 속의 시간과 같은 요소들이 다양한 표현으로 겹쳐있음을 찾아보고 그 복합적인 모습을 양파 껍질을 벗기듯 조금씩 읽어낼  것이다. 

그런데 좀 더 알고 싶은 것은 공간과 화면의 문제이다.

다른 시각적 매체인 영화나 만화 사진에서 보여주는 공간의 개념과 아름다움을 찾아본다면 그림책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더미를 만들며 좌절하고 기뻐했을 작가의 마음과 그 창조의 비밀을 알 수 있을까?

또 그림책 속에 또 다르게 숨겨진 이야기, 화자가 가진 내면의 상태를 읽어낼 심리학적 접근도 같이 읽어봐야겠다.

좀 더 넓게 이런 책을 낼 수 있는 일본 어린이문학의 앞선 현실도 읽혀진다.

책 속에 들어있는 기본 개념과 그 개념을 나타내는 용어의 문제는 좀 더 고민하며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문예학을 제창한 사이고 다케히코는 그림 이야기책을 예로 들면서 그림책의 시간 처리에 대해 흥미로운 지적을 하였다. 에마키나 에조시에 자주 보이는 표현 기법으로 ‘같은 그림 다른 시간’이라는 개념을 소개하였다.(102면)

시간 개념 뿐 아니라 자신들의 언어로 풀어놓은 다양한 시점에 대한 정의도 무게감을 가지고 다가온다.

이런 개념들이 서양이론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림책 『커다란 순무』나 『창 너머』를 분석한 글은 그림책의 새로운 읽기를 경험하게 했다.

『그림책은 재미있다』 이 책은 재미있고 훌륭한 길잡이다.

2008. 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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