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이어져 있다 - 평화를 향한 이야기의 행진 낮은산 키큰나무 7
일본아동문학자협회 지음, 문연주 옮김 / 낮은산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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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이어져 있다 부제는 평화를 향한 이야기의 행진이다.
시작하는 글에서 후루타 다루히는 자신을 머지 않아 여든이 되는 늙은이로 소개한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만주사변'을 일으켰던 일본제국주의 어린이로 일본이 점령한 도시에 작은 일장기를 세워 나간 기억을 꺼집어 낸다.

일본이 패전하고 7, 8년이 지난 어느 날, 어른이 된 작가 후루타 다루히는 문득 그 일을 생각해내고 그 일장기 아래, 일본군의 폭격으로 무너진 담벼락 옆에 더러워진 얼굴로 서 있거나 앉아 있는 중국 어린이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그야말로 침으로 찔린 듯 가슴이 따끔하게 아파 왔다.

이윽고 작가는 가슴속 중국 어린이들의 모습은 공습으로 불탄 자리, 왼쪽으로 불탄 벌판에 서 있는 일본 어린이의 모습으로 바뀌어 갔다고 했다.


그리고 묻는다.

"어렸을 적 나는 왜 집이 불타고 파괴된 중국 어린이들을 상상할 수 없었던 것일까. 나는 그 때 읽던 어린이 잡지나 책에 그런 기사, 그런 이야기가 없었던 것이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 때 '이 전쟁은 어떤 전쟁인가', 그리고 더욱 넓고 깊게 '전쟁이란 어떤 것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기사나 이야기는 '전혀'라고 할 만큼 없었다."고 고백한다.

 어린이문학 작가다운 고백이다.

분단 국가인 우리 나라, 이라크 전쟁, 지금 와선 낭만적이라 할 만큼 소중한 6.15선언들.
우리가 멈춰서 뒤돌아 볼 것을 이 책은 이야기 하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묻기를 시작하라고 한다. "일본 자위대가 이라크에 간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까? 혹은 한국군이 이라크에 간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까"
그 물음에 대해 열 한 작품이 빼꼭하게 이야기를 건네고 있다.

 
 



 


저학년 아이들에게 읽어 주면 좋을 <주걱할아범>은 대포에서 주먹밥이 날아와 군인들이 그 주먹밥을 먹고 눈물을 흘리며 총과 칼을 놓고 고향으로 가족들에게 돌아가 농사를 짓는다는 이야기다.

이야기는 에니타 노벨의 그림책 <어머니의 감자 밭>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단지 주걱할아범이 너무 판타지적인 인물로 그려지고 싸움을 그만 두게 되는 절실함이 부족하다는 점이 아쉽기는 하다.
단 한 사람의 능력으로 싸움이나 전쟁이 사라진다는 것, 그것이 마법의 세계라 할지라도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와 영향을 줄지 곰곰히 생각해 봐야겠다. 너무 진지하고 무겁게 느껴지는 것도 문제지만, 한 사람의 마법으로 전쟁을 그만두게 된다는 서사는 너무나 비약적이다.
 

표제작 하마노 쿄코의 <하늘은 이어져 있다>는 여러 가지 의미를 준다.
이라크 전쟁이 나자 프린랜서 사진 기자인 다다시 삼촌은 어머니께 말도 하지 않고 그곳으로 떠난다.

삼촌, 지금 나는 시부야 거리를 걷고 있습니다.
비가 세차게 내려서, 4월인데도 한겨울처럼 추워요. 바람도 강해서, 대때로 우산을 날려 버릴 것 같이 세차게 불어요.
삼촌, 나, 차도를 걷고 있습니다. 이렇게 길게 늘어서서 차도를 걷는 것은 처음이에요. 혼자가 아닙니다. 많은 사람과 함께예요.
형형색색 깃발이 비를 맞으면서도 좌우로 나부끼고 있습니다. 메시지가 쓰인 현수막을 든 사람도 있습니다.
옆에서 걷는 사람은 할머니와 유키 씨입니다.
삼촌 지금 어디에 있어요? 왜 메일을 보내지 않는 거죠?

 

이 작품의 첫 구절이다.

2006년에 쓰인 작품으로 1956년 생 저자가 이라크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치카와 할머니 그리고 삼촌을 좋아하는 같은 활동가 유키씨가 어떻게 한 마음이 되는지를 그려내고 있다.

 

할머니가 무거운 한숨을 내리쉬었다.
"왜 그런 거죠? 전쟁 같은 걸 하고 싶은 사람은 하나도 없을 텐데."
"생각해야 한다."
갑자기 할머니가 말했다.
"생각해야 해. 계속 생각해야 한다."
혼잣말처럼 반복하는 할머니, 고개를 끄덕이는 유키 언니. 할머니의 말을 통해 작가가 들려주는 생각한다의 의미를 읽을 수 있다.

 
"전쟁을 하고 싶은 사람은 있어. 전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사람도 있고 하지만 전쟁을 하기로 정한 사람이 전쟁터에 가는 일은 없지. 모두 알고 있을 텐데 마리야, 말하지 않으면 찬성이 되어 버린다는 것. 내 나이 정도의 사람들은 모두 비참한 경험을 했을 텐데도 말이다."

 
"이 하늘은 이어져 있겠구나."
할머니의 말 속에 모든 것이 들어있다.

 
100째 계속 되어 온 촛물집회가 떠오른다. 처음 촛불을 들었던 소녀들도 치카와 같은 어린 소녀였다. 우리는 촛불을 통해 무엇을 느끼고 또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거센 정치적 물결을 뜨겁게 마주하며, 예술은, 문학은, 또 어린이 문학은 무엇을 배워애 할 것인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어린이문학은 우리 아이들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켜든 촛불들을 어떻게 받아 안아야 할 것인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애초 어린이문학이 여타의 예술, 문학에 비할 때 한층 더 명료한 정치적 자질을 안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까닭은 어린이문학은 주제가 그 어떤 문학, 예술 장르보다 명료하기 때문이다. "

 
어린이와 문학 2008년 8월호에 <어린 민중들의 앞길을 밝히는 촛불들>에서 김상욱교수는 작가들은 기꺼이 이들의 나팔수 구실을 자신의 소명으로 끌어안을 일이라고 했다. 그것이야말로 촛불이 형형하게 거리를 밝히는 이 시대, 어린이문학 작가들이 배워야 할 바가 아닐까? 기꺼이 촛불을 밝혀들 작가들조차 없다면 누가 재갈 물린 이 어린 민중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을 것인가하고 묻고 있다.

 

 이 물음에 대해 <하늘은 이어져 있다>는 큰 시삿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작가들에게는 벼락치듯 상상력의 경험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현장에선 교사들은 이 책에 실린 이야기의 속 뜻을 이해하고
아이들과 나누며 생각하고 또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도깨비 딸기를 먹은 날부터>는 졸업식 막바지에 미쿠와 바보미치, 시바켄, 가나에가 도화지에 커다라 글씨로 쓴 '전쟁반대'를 들면서 '이런일을 해도 괜찮을까.   그렇지만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고 싶었다. 전쟁은 그 누구에게도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는 또렷한 자각을 형상화하고 있다.

 
이 부분을 읽으며 나는 그 아이들의 마음처럼 떨렸고 자신을 믿고 떨쳐 일어설 수 밖에 없는 네 아이에게 희망을 보았다.

 
미쿠는 덜덜 떨면서 일어났다. 그리고 '반'의 글자를 높이 들었다. 회장이 웅성웅성 소란스러워지는 가운데 왼쪽 앞에서 시바켄이 일어서는 모습을 미쿠는 보았다.

 
그 아이들의 손을 잡아주고 싶다.
그리고 지금 우리 아이들의 손도 꼭 잡고 함께 생각하고 또 생각해 봐야겠다.

 

2008. 0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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