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영화를 볼 때 기대를 많이 하면 그에 못 미쳐서 아쉬웠는데, 책을 읽고 그런 아쉬움을 느낀 건 오랜만인 것 같다. 기대하지 않고 보면 이 정도로 아쉽진 않았을 것 같은데..
이 책을 읽으면서 어렸을 땐 가장 친한 친구였던 아빠가 이제는 말이 잘 안 통하는, 그래서 연락도 자주 안 하게 된 건 아빠가 아닌 내가 변해서라는 걸, 내가 한 걸음씩 멀어져 온 거린 걸 새삼 깨달았다.아빠한텐 내가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내 딸”이란 걸 알면서도 나는 다시 다가가는 걸 미루고 있었다. 어렸을 적부터 말다툼 후 먼저 말을 거는 쪽은 아빠였다. 어쩌면 난 언제 돌아가든 아빠는 받아줄 거라는 믿음 때문에 미루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빠는 날 기다려 줘도 아빠의 시간은 날 오래 기다려 주지 않을 거라는 걸 안다. 이 책이 내 등을 떠민다. 어쩌겠나 못 이기는 척 아빠한테 한 걸음 다가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