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느려도 좋다 - 하루 한 번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연습
이규현 지음 / 두란노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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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에는 마음 아파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어쩌면 몸이 아픈 사람보다 더 많은 것 같다. 상담소 마다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마음의 속도를 무시하고 세상의 속도에 맞춰 내달리다 병이 든 것이다. 사람들은 더 많은 것을 거머쥐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애를 쓰고 있다.

 

사람의 마음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수영로교회 이규현 목사는 사람들이 아파하는 것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목회자다. 사람들이 어느 시점에서 마음을 잃었고, 어느 시점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지 조용한 사색의 언어로 길을 안내하고 있다.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흔히 접하는 소소한 주제들을 가지고, 천천히 마음을 되짚어 본다. 이 책을 읽고 마음을 되짚다 보면 어느 덧 실낱같은 빛이 내 마음에 들어와 조용히, 따뜻이 언 마음을 녹이고 생명의 실개천이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빨리 읽어야 하는 책이 아니다.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마음의 속도에 맞게 느릿느릿 읽다보면 그동안 알지 못해 답답했던 인생의 답을 얻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이 책을 읽다가 보면 사람들로 하여금 진리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도록 이끌어 주는 힘이 있다.

 

패스트푸드에 익숙한 이 세대의 아이들은 정신없이 컴퓨터의 자판을 두드리며 지구촌을 들락거린다. 아날로그 세대는 그들의 채팅에 끼어들 수조차 없다. 그들의 언어는 문자라기보다 기호에 가까운 것이다. 속도 때문이다. 거대한 세대 간의 간격 역시 원인제공은 속도가 만든 셈이다.

 

이 책에 보면 저자는 “살면서 참으로 어려운 것은 기다림이다. 목회가 어려운 것은 다름 아닌 기다림 때문이다.”라고 했다. 기다림 없이 좋은 것을 기대하는 것은 신기루일 뿐이다. 세상에 감동을 주는 것들은 모두 세월을 곰삭인 기다림으로 만든 시간의 작품들이다. 좋은 것은 기다림을 통해서, 더 좋은 것은 더 긴 기다림을 통해서 오는 것이라고 말해도 틀림이 없다. "좀 더 빨리"의 유혹은 떨쳐 버리기 힘든 유혹이다. 사람들은 느림을 퇴보처럼 여긴다. 그러나 느림은 느린 것이 아니다.

 

빠른 것은 이 시대의 신이다. 단 한 번의 클릭에 펼쳐진 환타지에 모두는 열광한다. 당장 손에 쥘 수 있게만 한다면 무엇이든 좋다. 늦은 응답은 노 땡큐다. “속성영어 완결”, “당신도 당장부자가 될 수 있다” 벼락을 두 번 맞을 확률이라고 말하는 복권당첨으로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들은 기다림을 저주로 여긴다.

 

이솝우화의 ‘토끼와 거북이’에서 평소에 빨랐던 토끼는 자신의 능력을 맹신해 제대로 능력을 발휘하지 않았지만, 거북이는 빨리 뛰지는 못하였지만 신중하고 정확했다. 우리는 토끼처럼 빨리 뛰면서 거북이의 신중함과 정확함도 갖춰야 한다.

 

이 책은 자신의 삶을 진지하게, 좀 더 아름답게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따뜻한 가슴으로 녹여낸 지혜와 생명 언어들로 가득 차 있으므로 사람들의 상처들을 매만지며 치유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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