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엄마는 아니었어
장수연 지음 / 어크로스 / 201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렇지. 처음부터 엄마는 아니었지.
흔히들 말하는, 아이의 초음파 심장 소리를 듣고도 별다른 모성애가 생기지 않았던 나는,
뱃속에 있던 아이가 삐죽한 머리의 외계인 형상으로 내 품에 안겨 있었어도 낯설었던 나는,
어머님이 봐주신다기에 도망치듯 육아휴직 없이 복직했었던 나는,
엄마보다는 아빠를 더 찾는 아이들이 더 좋은 나는,
흔히들 말하는 그런 모성애라는 것이 없는 것 같아서
엄마라는 건 나랑은 안 맞나 보다.. 마음 한구석엔 늘 죄책감으로 있었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6년을 살면서, 예쁘고 예쁜 둘째를 키우면서는 좀 덜해지긴 했지만
아이들이 나의 소중하고 재미있는 시간을 뺏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이들 때문에 나는 내 시간을 충분히 즐기지 못하고 있다고 그렇게 아이들을 탓했다.
아이보다 내가 더 소중하고 귀하다고 생각하면서
그렇다고 퇴근 후엔 아이들을 두고 어디 가지도 못하면서
할 일 다하고 다니는 신랑이 밉기도 하고 그랬다.

어느 블로거의 서평에 자기애가 강한 엄마가 보면 공감이 많이 될 거란다.
워킹맘으로 아이를 키우면서 원래 다 그런 거라고 다독이는 게 아니라
같이 편들어주며 흉도 보고 사회 문제까지 얘기해 주는 그런 언니 같다.
이런 얘기까지?! 하며 일기장을 훔쳐보는 그런 기분도 들고.ㅋ

여자들에게 상처를 제일 많이 준 놈들에게 신이 형벌을 내리는 데 그게 너무나 사랑스럽고 소중한 딸을 주는 것이라고 노래하는 래퍼의 가사를 소개하길래 재미있어서 신랑에게 얘기했더니, 신랑이 너무나 공감하며 그런 것 같단다.ㅋ 청년 시절에 자기가 얼마나 많은 여자들에게 상처를 줬는지를 얘기하며 요즘 하율이를 보면서, 교회 고등부 교사로 섬기며 고등부 여자아이들을 보면서 자기가 엄청 후회하고 있다고 얘기했다.ㅋ 나 또한 아이를 낳고 뉴스를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감정이 먼저 반응하여 같이 분노하고 있고 눈물 흘리고 있고 의견을 내며 어떻게 해결되어 가는지를 계속 지켜보게 되더라. 내 아들딸을 키우면서 이젠 사회 문제가 아니라 내 문제인 것이다.

학교 행정실 차장님이 고등학교 동기인데 아직 결혼을 안 했다. 미스로 살고 있는 그녀를 보며 내가 결혼을 안 하고 혼자 산다 면을 가끔 상상해 본다. 블로거 이웃인 동갑내기이면서 첫째 선율이랑 이름과 나이가 같은, 외동 엄마로 살고 있는 살구를 보며 둘째를 낳지 않았다 면을 가끔 상상해 본다. 지금을 후회한다는 게 아니라 가끔 그런 상상을 한다는 거다. 이걸 감당할지 저걸 감당할지, 이 행복을 누릴지 저 행복을 누릴지, 그저 결정할 뿐이라는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했다. 비혼과 비출산을 응원하며 지지한다. 그 선택에 따르는 행복을 충만하게 누리길 나 또한 기원한다.

읽는 것을 먹는 것으로, 글 쓰는 것을 싸는 것으로 비유하며 '글 마렵다'라며 글을 쓴다는 저자를 보며, 나도 한때 글을 쓰고 나면 마음이 후련해지는 것을 느끼며 글 쓰는 것을 즐거워한 적이 있었던 것을 떠올렸다. 학교 일이 바빠서, 아이 키우느라 바빠서 글을 한동안 못 썼더니 요즘 참 답답함을 느낀다. 간단하게 다이어리에 적긴 하지만 블로그 글은 다른 매력이 있는 듯.^^ 조용한 새벽에 일어나서 써보자. 그런데 오랜만에 쓰려니 힘들긴 하더라. 꾸준하게 써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