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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 엄마라는 이름의 나의 구원자
사카모토 유지 지음, 이선희 옮김 / 부키 / 2018년 3월
평점 :
품절
tvn드라마 '마더'를 우연히 알게 되어 검색하던 중 원작책이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원래도 영화나 드라마의 원작소설을 더 좋아하는터라 잘되었다고 생각했다. 마침 드라마도 종영되었기에 책으로 만나자 싶었다.
퇴근 후 아이들을 돌보고 집안일을 마무리하고 난 뒤 잠깐 책[마더]를 읽는 시간이 너무 행복했다. 쭉 읽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잠깐잠깐 읽어도 내용이 복잡하지 않아 금방 몰입되어 읽을 수 있었다.
직접 배 아파 낳지 않아도 더 엄마와 딸의 관계가 될 수 있을까. 특수교사로 있으면서 유난히도 합이 잘 맞는 내 아이가 있다. 복도에서 한번 주저 앉아 소리치며 울면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움직이게 할 방법이 없다던 그 아이, 내가 부임하고 복도에서 처음으로 만나 내 손을 잡고 우리 교실로 걸어들어와 온 학교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유난히도 하늘색을 좋아했던 그 아이는 나랑 참 잘 맞았다. 다행히도 그 아이는 평범한 가정 속에서 잘 커 갔고 졸업을 했다. 나오선생님과 레나가 진짜 엄마와 딸이 아니라 너무 안따까울 따름이다. 둘이 함께 있을 수 있는 방법이 유괴란 것이 너무 마음이 아팠다.
요즘 학교에서 학기초 업무와 아이들과의 기싸움(?)으로 전투적 모드로 있다가 집에 돌아와서는 그대로 내 아이들을 대할 때, 아이들의 행동을 바르게 고쳐주려고 훈계하는 모습이 많다고 문득 느끼게 되었다. 레나가 엄마와 엄마의 남자친구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는 모습보다 나오선생님에게 있는 그대로 사랑받고 칭찬받는 모습이 진정 엄마와 아이와의 관계가 아닐까 싶었다. 아이들이 자신의 행동을 감시하고 혼만 내는 그런 존재와 산다면 얼마나 그 삶이 팍팍할까. 우리 아이들에게 따뜻한 엄마란 존재로 다가가고 싶다. 먼저 살아온 인생 선배로써 아이들이 바른 길로 갈 수 있게 최소한으로 잡아주면서 그 어떤 일을 하든 그 마음을 이해해주고 잘한다잘한다 해 줄 수 있는 내 편이 되어 줄 수 있는 엄마이고 싶다.
그리고 내 사랑스러운 아이들. 고작 4살, 7살인 내 아이들이 내 삶에 끼친 영향은 정말 어마어마하다. 대가없는 사랑을 주는 것은 부모가 아니라 아이라는 나오의 대사에서 많은 생각을 했다. 이제까지 내가 아이들을 위해 포기하고 헌신한 것만 생각했지, 그 조그만 존재들이 나에게 무언가를 준다는 건 생각도 못했다. 하지만 그랬다. 내가 주는 게 아니라 그들에게서 받는 게 너무너무 많았다. 이 아이들을 통해서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는 것들을 찬찬히 바라보게 되고 감사하게 되고 웃으며 행복하다 느낄 수 있게 되었다. 하루하루 살아가며 그냥 나이만 먹고 있는 게 아니라 아이들과 살을 부비고 바라보며 울고 웃고 같이 얘기하고 같은 생각을 하고 재미나게 의미있게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아이들이 내가 돌봐줘야 되는 부담스러운 존재가 아니라 하나의 인격체로 그렇게 바라보게 되었다.
마더를 읽으면서, 그리고 그 마더의 강한 여운이 남아 있는 지금도 나의 사랑스러운 아이들에게 필요한 엄마의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내 마음을 다잡고 있다. 집에 들어올 때는 전투모드 해제하고 진정한 엄마모드 장착하고 그렇게. 화난 얼굴보다 따뜻하게 웃는 얼굴로 아이들과 함께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