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가 될 때 재미있게 읽다가 단행본이 나오면 한 번에 쭉 이어서 보는 게 좋을 거 같아 기다려 왔는데 드디어 출간이 됐네요.
'프라우스 피아'는 이젠 작가님의 뛰어난 필력이야 말할 것도 없고 신선한 소재에 매력적인 캐릭터까지 등장해서, 한번 읽기 시작하면 반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에요.
작품이 다루고 있는 과거 사건에 대한 진실이 조금씩 밝혀지면서 등장 인물들과의 사연이 하나씩 풀려 가고, 그렇게 분위기가 점차 고조되어 가면서 결말을 향해 치닫는 과정이 잘 그려져 있구요.
지금까지 나온 사건물 장르의 작품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이야기의 서사가 잘 짜여져 있어서 작품을 읽는 내내 그 다음 내용을 궁금해 하며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아버지에게서 각막을 이식받아 그의 감식안까지 물려받게 된 서정이 아버지의 사망 후 미술계를 떠나고자 다른 직업까지 가지지만 아버지의 친구였던 로베르티니의 부탁 때문에 미술품들의 진위 여부를 가려주는 일을 하게 되는데요.
이런 정의 앞에 이안 라우라는 인물이 등장하고, 두 사람이 사적으로나 일적으로 모두 얽히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작품이 전개되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펼쳐지는 하나하나의 일들이 서로 촘촘히 엮이며, 과거 두 사람과 관련된 비극적인 사건의 비밀이 점차 드러나게 되는데요. 이 과정에서 아버지 때문에 고뇌에 빠져 힘들어 하는 정이를 보면서 마음이 너무 안 좋았어요.
물론 더 큰 상처와 아픔을 안고 살아 온 이안 때문에도 울컥해서 혼났는데요. 두 사람 다 본인의 잘못이 아닌 부친들의 죄와 악연으로 인해 힘겨운 삶을 살아온 거 같아 가슴이 아팠습니다.
처음부터 미스테리하고 속마음을 짐작하기 힘들었던 이안의 행동들이 이해가 되면서부터는 작품 속에 푹 빠져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끝까지 읽었어요. 정이와 이안의 서사가 정말 마음에 들어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거 같네요.
본편의 마지막 엔딩이 둘의 만남 이후에 바로 끝나는 바람에 좀 아쉬웠는데 외전을 통해 두 사람이 잘 지내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기본적으로 작품이 소재에 비해 그리 격정적이지 않고 건조한 느낌으로 쓰인 글이라 외전도 생각만큼 달달하지는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 모든 일이 마무리 된 이후 이안과 정이의 편안해진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어요.
나중에 일상을 함께 살아가는 두 사람의 행복한 뒷이야기를 좀 더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과거의 숨겨진 진실을 밝혀 가는 과정 중에 드러나는 음모와 복수, 그리고 그 속에 휘말린 서정과 사건을 주도하던 이안이 애증을 뛰어넘어 결국은 서로가 서로에게 구원이 되어 주는 모습이 너무나 매력적인 작품이었습니다. 작가님의 다음 작품도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