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과학은 없다 - 탈식민주의 과학기술학의 도전
워릭 앤더슨 지음, 이종식 편역 / 이음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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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보여주듯 이 책은 우리가 막연히 믿어온 서양 과학의 권위에 물음표를 던집니다. 저자는 과학이 순수하고 완벽한 원본이 아니라, 서로 다른 문화와 만나 뒤섞인 혼종적인 산물임을 강조합니다.

단순히 서구를 비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척박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은 고유한 지식들의 가치를 재조명한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탈식민주의는 과거의 일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세상을 보는 태도의 문제라는 문장이 기억에 남습니다. 과학과 사회를 새로운 눈으로 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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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과로 - 유연하지 않은 유연 근무에서 벗어나기
에린 L. 켈리.필리스 모엔 지음, 백경민 옮김 / 이음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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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과로』의 휘황찬란한 표지는 역설적이다. 어둡고 무거운 ‘과로’라는 주제가 겉으로는 성취와 열정으로 포장되어 있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듯하다. 책을 읽으며 확인한 현실은 과로가 단순한 피로를 넘어 뇌졸중, 심장마비 등 생존을 위협하는 실체적 공포로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과로 해결을 위한 논의는 불평등하게 흐르고 있다. 재택근무나 유연근무 같은 대안은 주로 IT 계열이나 사무직에 국한될 뿐, 쉴 권리를 선택조차 할 수 없는 노동 취약 계층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책이 제시하는 해결책인 ‘STAR(전권 위임)’ 모델이나 재택근무 역시 한국의 현실에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일과 휴식의 경계가 모호한 재택근무는 오히려 근무 시간을 연장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또한, 수직적인 조직 문화와 변화를 거부하는 관리자 관행이 견고한 한국 사회에서, 맥락을 무시한 제도의 도입은 노동자에게 자율이 아닌 ‘또 다른 업무적 부담’으로 변질될 위험이 있다.

결국 단순한 제도의 이식만으로는 과로 사회를 멈출 수 없다. 사내 어린이집과 같은 돌봄 인프라의 확충과 조직 문화의 근본적인 개선 없이, 개인에게만 ‘알아서 쉬라’고 하는 것은 공허한 외침일 뿐이다. 과로가 정상이 된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는 화려한 구호보다 노동 환경의 구조적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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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과로 - 유연하지 않은 유연 근무에서 벗어나기
에린 L. 켈리.필리스 모엔 지음, 백경민 옮김 / 이음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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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제도의 이식만으로는 과로 사회를 멈출 수 없다. 과로가 정상이 된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는 화려한 구호보다 노동 환경의 구조적 변화가 선행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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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스로-있음 - 브뤼노 라투르와 파국의 존재론
김홍중 지음 / 이음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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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 가장 절실하게 '우리'가 될까? 김홍중 교수의 『가까스로이음』은 그 순간이 빛나는 승리의 역사를 공유할 때가 아니라, 아이러니하게도 "공유된 파국의 감각" (p.31) 속에서라고 말한다. 지금 우리 시대는 "거의 모든 매듭들에서 실존적 부정과 물리적 살해" (p.84)가 일어나는 위기의 순간이다. 하지만 이 책은 이 '파국'을 절망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연결을 위한 거대한 '무대' (p.82)로 재조명한다.

파국이 가져온 충격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낡은 생각들을 뒤흔든다. 그리고 그 틈새로 세상을 새롭게 볼 수 있는 "인식 가능성의 지금" (p.36)을 열어젖힌다. 이 무대 위로 그동안 목소리를 잃었던 두 명의 새로운 주인공이 등장한다.

첫 번째 주인공은 '지구', 즉 '가이아(Gaia)'이다. 오랫동안 인간은 지구의 행위능력을 박탈하고(p.80) "무상의 자원을 제공하는 자연" (p.81)으로만 여겼다. 하지만 이 책은 '땅으로의 귀환'을 선언하며, 지구가 더 이상 "자애롭게 품어주는 어머니 대지"가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광폭하고 예민하고 변덕스러운 행위자" (p.81)가 되어,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우리 삶에 거칠게 난입하고 있다.

두 번째 주인공은 고통을 겪어내는 '감수자'이다. 이들은 외부의 고통을 그저 수동적으로 당하는 존재가 아니다. 이 책은 이들이 "시간 속에서 숙성되어 행위의 힘으로 전환되는 과정" (p.39)에 주목한다. 감수자들은 고통을 겪어내는 특수한 방식을 통해, 스스로 행동하는 힘을 축적해나가는 또 다른 행위자이다.

결국 『가까스로이음』은 이 새로운 행위자들이 만들어내는 관계의 그물망에 대한 이야기이다. 행위능력을 되찾은 지구와 고통 속에서 힘을 키운 인간의 "행위의 물결들은 서로 간섭하며" (p.79) 새로운 '공생의 네트워크'를 만든다.

이 네트워크 안에서는 '내가 환경 속에 존재한다'는 낡은 구분이 무너진다. 대신 "개체 자체가 이미 환경" (p.79)이 되는 새로운 관계가 펼쳐진다. 이 책의 제목처럼, 모든 것이 위태로운 이 파국의 시대에 우리가 어떻게 서로 '가까스로' 이어지며 공생의 길을 찾을 수 있는지, 그 절박하고도 희망적인 사유를 만나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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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스로-있음 - 브뤼노 라투르와 파국의 존재론
김홍중 지음 / 이음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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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에서 그동안 무시했던 영역으로 눈길을 돌리는 가장 최전선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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