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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과로 - 유연하지 않은 유연 근무에서 벗어나기
에린 L. 켈리.필리스 모엔 지음, 백경민 옮김 / 이음 / 2024년 7월
평점 :
『정상과로』의 휘황찬란한 표지는 역설적이다. 어둡고 무거운 ‘과로’라는 주제가 겉으로는 성취와 열정으로 포장되어 있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듯하다. 책을 읽으며 확인한 현실은 과로가 단순한 피로를 넘어 뇌졸중, 심장마비 등 생존을 위협하는 실체적 공포로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과로 해결을 위한 논의는 불평등하게 흐르고 있다. 재택근무나 유연근무 같은 대안은 주로 IT 계열이나 사무직에 국한될 뿐, 쉴 권리를 선택조차 할 수 없는 노동 취약 계층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책이 제시하는 해결책인 ‘STAR(전권 위임)’ 모델이나 재택근무 역시 한국의 현실에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일과 휴식의 경계가 모호한 재택근무는 오히려 근무 시간을 연장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또한, 수직적인 조직 문화와 변화를 거부하는 관리자 관행이 견고한 한국 사회에서, 맥락을 무시한 제도의 도입은 노동자에게 자율이 아닌 ‘또 다른 업무적 부담’으로 변질될 위험이 있다.
결국 단순한 제도의 이식만으로는 과로 사회를 멈출 수 없다. 사내 어린이집과 같은 돌봄 인프라의 확충과 조직 문화의 근본적인 개선 없이, 개인에게만 ‘알아서 쉬라’고 하는 것은 공허한 외침일 뿐이다. 과로가 정상이 된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는 화려한 구호보다 노동 환경의 구조적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