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주의자 예수
프란츠 알트 지음, 손성현 옮김 / 나무심는사람(이레) / 2003년 4월
평점 :
절판


생태주의자? 예수가? 이런 질문을 갖게 하는 다소 선정적인 제목이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생태주의에 관심을 끌만하다. 나 또한 제목때문에 관심을 갖았다.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가 아니면 관심을 좀처럼 갖지 않기 때문이기도 했다.

  함께 읽는 이들의 문의를 꾀 받았다. "36쪽 9번째 줄 부터요.." 저자의 신학적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이런 질문이 마음 속에 들었다. 신학적 주장을 제외한 다른 내용들은 받아들일 수 있는가? 그렇다면 그대로 할 의향은 있는가?

  저자는 기존의 에너지 방식에 대한 반성과 대안 에너지의 장점을 설명하면서, 지적 이해를 넘어서는 감성적 혹은 영적 이해를 촉구하고 있다. 재생 에너지들을 물질 개념에서부터 성경 구절을 동원하여 의미를 발견하게 한다. 주로 태양, 바람, 물 등인데 바람을 설명할 때 ruach(성령)에 이르는 신학적 성찰까지 망라하며, 물과 영혼을 잇는 전인적 이해를 추구하고 있다. 생태적 감수성에 호소하며 단지 논리적 이해로는 부족함을 역설하기도 하지만, 감성에 호소하는 측면에서는 나의 틀이 기성구조를 벗어나지 못해서인지 몰라도 끼워맞추는 듯한 인상이 들기도 했다.

  우리는 시인하든 부인하든 소비하는 존재이다. 저자는 생태 에너지에 대한 소개는 많이 하지만, 그에 비해 소비 행태에 대한 반성은 부족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생태 에너지의 높은 비용을 들며 반대하는 이들에는 기술발전을 통해 효율을 높이는(반대자들이 주장하는 기존 에너지의 방식과 마찬가지) 방법과 그만큼 비싼 에너지이니 절약함으로써 그 비용을 상쇄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유기농 식단이 비싸다고 주장하는 이들에게 소식, 절식으로 상쇄하자는 주장과 상통한다.

  대안 에너지에서 바이오 연료를 긍정적으로 부각한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경제적 측면에서 곡물이 연료로 변환될 때 에너지 효율은 그만큼 떨어지므로 바람직하지 않다. 환경적 측면에서 추수후에 다시 심으면 연소를 통해 배출했던 이산화탄소를 다시 흡수하므로 해결이 된다고 주장하지만, 수학적으로 일대일대응하리라 생각지 않는다. 한번이라도 다시 심지 않으면 끝나는 일이다. 사회적 측면에서, 1세계에 사는 저자로서는 작은 의미의 '환경'에만 주목하지 않았나 싶다. 곡물이 연료로 이용되는 것은 3세계 사람들에게는 더욱 불행해지는 방법이다. 폐식용유 등을 재활용하는 방법이 아닌 멀쩡한 곡물을 연료화 하는 것에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교통문제, 자동차회사가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쉽지 않은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저자가 사는 곳은 독일이다! 실제로, 독일은 도시별, 지방별 자치가 강화되어 있어 제도를 통해 자전거를 장려하고 자동차에 불리한 여건을 만들어가고 있다. 직선주로에 일부러 화단을 설치하여 우회하고 속도를 줄일 수 밖에 없게 함으로써 자전거 운행자들의 안전을 보호한다. 대중교통/ 자전거가 활성화 되려면 그만큼 매력적인 제도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자동차 문제는 내게 가장 많은 성찰을 주었다. 그만큼 나로서는 포기하기 힘든 일이다. 저자는 좋은 차, 큰 차를 갈망하는 남성들은 성 기능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는 자극적인 언어로 가슴을 후볏다. 큰 차를 원함으로써 저하된 성기능을 만회하고자 하는 욕구, 강자에 위치하고 싶은 욕구, 차를 타지 못하는 것 혹은 소유하지 못하는 것을 거세에 대한 공포로 까지 느낄 수도 있음을 설명하며 경고하고 있었다. 정신분석을 받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 차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생태문제가 대두되면서 크리스천의 삶의 영역이 인간만의 관계에서 더 확장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생태신학에서는 원래 크리스천은 다른 피조물을 잘 돌보았어야 한다고 말한다. 기존에서 확장되었든, 원래 그랬어야 했는데 우리가 놓쳤던 것이든 '생태'는 오늘의 시대를 사는 우리가 외면할 수 없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책의 마지막 문단에는 이렇게 씌여 있다. "모든 환경운동가들이 크리스천은 아니다. 하지만, 모든 크리스천은 환경운동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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