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책은 헌책이다 - 함께살기 최종규의 헌책방 나들이
최종규 글 사진 / 그물코 / 2004년 5월
평점 :
절판


그리 낯설지 않은 이름, 헌책방.
그러나 낯설지 않은 그 이름은 이제 내 기억 속 한 켠에나 머물러 있는 낡은 이름인것 또한 사실이다. 학창시절, 그리고 사회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기 전에는 동네를 어슬렁거리는 시간이 많았고, 그러다가 발길을 멈춰 마음까지 빼앗긴 곳이 바로 헌책방이었다. 그 당시 그러니까 10, 15년 전만 해도 내 사는 동네나 이웃동네만 해도 헌책방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모두 흔적없이 사라져버렸다. 헌책방에서 2천원을 주고 구입했던 신영복의 '엽서'는 지금도 내 책꽂이 한 쪽을 소중히 채우고 있다.

'모든 것은 헌책이다'
맞는 말이고 되씹어볼수록 더욱 맞는 말이다. 해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진리가 큰 둘레를 치며
'모든 것은 헌책이다'라는 책 제목이 마음을 지그시 눌러준다. 나와 비슷한 연배인-지난 주말 여기저기에 보도된 신문기사를 통해 알았음- 저자가 무려 10년 넘게 헌책방을 다니며 기록한 글과 사진들이 묵직한 두께로 엮인 이 책을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이 책에서 느껴지는 저자의 헌책방에 대한 애정은 헌책방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책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 헌책방 주변의 풍경들, 헌책방을 찾아 나서는 길 위의 시간들, 헌책방이 굳건히 지키고 섰던 그 시간들에 대한 애정으로 뻗어나가기에 더욱 마음에 다가온다. 사라져가는 헌책방들, 그곳을 지켰던 분들에 대한 헌사로도 읽히는 이 책은 그래서 가슴짠한 여운을 남긴다.

재생지에 스민 헌책방의 기록들은 더 빠르고 더 새로운 것이 숭상되는 이 시대에, 낡고 오래 되었으나 시간이 묻어있고 누군가의 숨결이 배어있어 소중한 헌책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한다. 시간을 내서 이 책을 가방에 넣고 본문에 소개된 헌책방들 중 가까운 곳부터 한 번 슬슬 찾아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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