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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엄마가 힘들까 - 나르시시스트 엄마에게 고통받는 딸을 위한 정서적 독립 프로젝트
썸머(이현주) 지음 / 책과이음 / 2021년 1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글쓴이 썸머의 어머니는 아버지와의 불화로 인해서 종종 싸우곤 했는데 어머니는 화를 내다가 이 화를 삭이지 못하고 결국 작가에게 화살이 돌아오곤 했다. 자신의 울분을 토하다가 자신의 처지를 이야기하며 너 때문에 내가 참고 산다는 식으로 어린 딸의 슬픈 감수성을 자극하였다. 죽고 싶다고 말하며 자꾸만 불안한 마음을 조장했다. 어릴 적에는 그저 엄마가 불쌍하다고 생각했고 내가 그녀를 위해 뭔가를 해야만 하다는 강박관념에 이르렀다. 어머니의 말에 귀를 기울였고 그녀가 원하는 사람으로 자라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그 어린 딸은 공포 이외에도 언제나 엄마가 있지만 엄마가 부재하는 것 같은 느낌과 자신의 마음 한구석이 뭔가 늘 비어있는 느낌으로 살아야만 했다. 엄마는 자신을 감정적으로 학대하고 있었고 엄마가 실은 자기애적 인격장애를 지닌 나르시스트 임을 깨닫게 된다.
나르시스트 엄마들은 언제나 자기의 기준으로만 자식을 바라보며 다른 기준점을 허용하지 않는다. 결국 다른 가족의 구성원들도 그녀의 태도에 굴복하고 그 안에서 그녀를 기준으로 형성되는 가족 간의 이상한 감정구조가 파생되어 진다. 아빠는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고 형제 자매도 마찬가지이며 결국은 다시 자신이 엄마의 감정의 쓰레기통 역할을 맡게 되어 고착되어 진다. 늘 엄마의 기준에 맞추려 해도 영원히 맞춰지지 않으며 그 안에서 성장해가며 불안하고 자신이 이상한 사람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엄마는 딸에게 늘 공감하지 못하며 자신은 늘 우위에 있고 딸은 늘 사람을 갈구하며 항상 모자란 것만 같은 불완전한 감정 상태의 인격체가 되어버린다.
자신의 상태를 직시하고 그 불합리한 구조를 끊어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늘 자신을 비난하고 칭찬하고를 반복하고 자신의 자존감을 깍아 내리지만 결국에는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엄마와의 관계는 이후에 성인이 되어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꼬이게 만든다. 자신이 늘 희생하는 역할을 맡아왔던 것처럼 그런 역할을 하게 만드는 이상한 남자친구를 만나게 되어 또 같은 관계를 되풀이 하는 것처럼 말이다.
실제로 이러한 관계의 고리를 끊는 것은 꽤 오랜 시간이 들수도 있는 문제이지만 자신의 치유와 회복을 위해서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하며 엄마와의 관계가 끊어질수도 있고 사회적으로 비난받을 수도 있지만 어느 정도는 감수를 하고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여 건강한 감정이 자라나도록 자신을 스스로 잘 돌봐야 하며 나의 내면을 잘 들여다보고 엄마가 원하는 삶이 아닌 진정 내가 원하는 삶을 살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가족간의 이야기는 상하 관계없이 너와 나 구분이 확실한 서구사회와는 달리 우리 문화에서는딱 잘라 말하기가 어려운 문제이다. 실은 우리 사회는 상하와 위계질서를 중요시 하는 사회였고 자식이 부모를 비난한다는 것은 상식적인 차원에서 납득되지 않는 일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는 양육자인 엄마가 딸의 인생을 좌지우지 할 권리는 없으며 그런 불합리한 관계를 깨달았다면 과감히 끊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서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부모는 부모의 자격이 없고 스스로 자신을 돌보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지금의 사회는 아랫사람인 우리들도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지만 그 이전의 사회는 그러하지 못했으므로 작가의 말대로라면 엄마도 그 이전에 같은 경험으로 했을 수도 있으므로 누군가 어린 엄마에게도 진심어린 손을 내밀어줬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책을 읽으며 나의 엄마를 생각하며 동시에 나의 딸을 생각했다. 나도 은연중에 이러한 관계에서의 상처를 받았듯이 나의 딸에게도 되풀이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다.
공생의 관계에서 상하관계 여부를 떠나 존중받지 못하면 상처가 된다.
관계는 참 어렵다. 내가 엄마의 딸인 것도 어렵고 나의 딸의 엄마이기도 어렵듯 말이다.